[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이재명 정부의 첫 주택공급 확대 방안의 핵심은 ‘공공주도’와 ‘속도전’이다. 수도권 주택공급 물량을 대폭 확대하고, 공급 속도를 높여 주택공급 부족에 따른 우려를 불식시키고 집값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단순한 ‘인허가’ 물량이 아닌 실제 입주와 연관 있는 ‘착공’ 물량을 주택공급 기준으로 내세운 점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수도권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직접 사업 주체로 나서는 것 외에는 이전 대책과 크게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가 이번 대책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앞서 강조한 공공주도의 주택공급 확대 의지를 재차 강조했지만, 당장의 주택공급 부족 우려를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정부가 이번 대책 발표로 공공주도의 주택공급 의지를 피력했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실효성과 실행력 등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졍부는 7일 오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 매년 27만호씩 총 135만호의 신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접 시행 ▲주택공급 공공주도 ▲유휴부지·노후 공공임대주택 개발 ▲1·3기 신도시 정비사업 신속 추진 등을 제시했다.
정부는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이른바 ‘땅 장사’ 논란을 빚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택지 조성부터 분양까지 주택 시행 전 과정을 맡기고, 민간 건설사가 시공만 하도록 사업구조를 개편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37만2000호에 대한 공공택지를 우선 조성하고, 사업 속도도 앞당길 계획이다. 여기에 도심 노후화 주택과 유휴부지, 공공시설 등을 통해 3만8000호를 공급할 방침이다.
또 주택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재개발·재건축 사업 절차 간소화에 나서고, 사업성을 개선해 향후 5년간 수도권에서 23만4000호를 조기 착공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사업 인허가 제도를 개선하고, 공적보증 공급 확대 등을 통해 민간부문의 21만9000호 공급을 유도할 예정이다.
다만 시장에선 당장 내년부터 수도권 ‘공급 절벽’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번 대책의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 주택이 체감할 때까지 최소 4~5년이 걸리는 반면, 주택 수요는 즉각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실제 공급이 체감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정책 일관성과 실행력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 자체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기존의 계획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실현까지의 걸림돌로 지적되던 사업성을 개선하는 방안과 빠르게 속도를 낼 수 있는 것에 중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며 “민간 사업이 주가되는 계획은 정부에서 정책만으로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LH 직접 시행이나 노후 공공청사·임대주택, 학교부지 활용 등 공공 위주의 공급 방안 위주로 발표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노후 공공청사·임대주택, 학교 부지 활용 등의 방안도 공급 잠재력을 키울 수 있고, 변화되는 인구 및 사회구조에 발맞춘 정책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면서도 “과거 유휴부지를 활용하는 방안과 유사하게 실제 사업화까지는 주민 협의, 도시계획 변경, 예산 문제 등 복잡한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에 속도감 있는 실행력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또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주택시장 양극화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자문위원은 “공급 물량의 상당 부분이 비강남권 및 수도권 외곽 도심 유휴부지, 공공청사, 학교용지, 철도역 인근 등 비선호 지역 기반의 개발계획에 집중돼 있고,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용산구 등 핵심지역 수요를 직접 흡수할 수 있는 인센티브 설계나 제도개편은 부재하다”며 “이들 지역의 집값 상승세와 똘똘한 한 채 집중 현상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양 위원은 “정비사업에 대한 공공참여 확대, 노후 공공임대 재건축, 폐교·공공청사 활용, 철도역 부지 개발 등 도심 내 다양한 유휴자원의 적극적 활용은 공급 기반의 다각화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공공주도 방식은 빠른 인허가, 부지확보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으나, 민간 건설사 참여 없이는 브랜드, 설계·품질, 분양 마케팅 등에서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고, 수요자 입장에서는 자산가치 보전 및 생활 편의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실수요 흡수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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