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시스] 이아름 기자 = 어둠이 드리운 무대. 그 아래 집중 조명을 받으며 두명의 아티스트가 1600파운드(약 726㎏)에 달하는 ‘휠 오브 데스(Wheel of Death)’를 굴린다.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호흡을 맞추며 발을 구르고 최대 10m 상공에서 뛰어오르며 서커스의 극한을 그려낸다.
세계적인 아트서커스 그룹 ‘태양의 서커스-쿠자(KOOZA)’가 21일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 빅탑에서 한국 공연의 막을 올린다.
쿠자는 2007년 초연 이후 전 세계 23개국 70여개 도시에서 5000회 이상 무대를 올리며 누적 관객 수 800만명을 기록했다. 2018년 이후 7년만에 한국을 찾은 이번 공연은 태양의서커스 본연의 매력을 집약한 작품이다. 고난도 곡예와 슬랩스틱 코미디가 어우러진 높은 완성도로 알려졌다.
제이미슨 린덴버그(Jamieson Lindenburg) 예술감독은 20일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 내 빅탑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쿠자는 태양의서커스 레파토리 중에서도 관객과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많은 작품”이라며 “특히 클라운(clown·광대)의 역할이 중요하다. 관객의 반응을 빠르게 캐치하는 훈련을 한다”고 밝혔다.
공연도 음식처럼 각 나라 문화에 맞춰 조금씩 현지화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라마다 문화감수성이 다르다. 음식을 로컬라이징하는것처럼 (공연도)각 나라 특성 맞춰서 작품에 조금씩 반영하는 경우가 있다”며 “부산 공연에서는 사투리나 의성어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연 30분 전 아티스트와 예술감독은 회의를 통해 매일 세부 전략을 조율한다고 한다.
쿠자는 세상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순진하지만 사랑스러운 ‘이노센트’와 그를 장난스럽게 이끄는 ‘트릭스터’의 여정을 그린다. 신비로운 극적 서사와 아크로바틱이 결합돼 관객을 몰입하게 한다.
이번 공연에는 30개국 출신 아티스트 53명이 출연한다. 총 10개 액트와 2개의 대체 액트가 마련됐다. 특히 올해 쿠자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우아하고 화려한 공중 액트인 에어리얼 후프(Aerial Hoops)가 새롭게 선보여질 것을 예고해 예비 관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무대 위 화려함을 더하는 의상에도 공을 들였다. 알렉산드라 만치니(Alexandra Mancini) 의상 감독은 “글래머러스한 분위기를 위해 새틴과 보석 등 고급 소재를 사용한다”며 “아티스트의 안전을 위해 겉으로는 단단해 보이지만 다치지 않게끔 고무로 제작한다”고 설명했다. 또 “아티스트의 신체 치수 175곳 정도를 측정해 맞춤형 가발·의상·가면을 제작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질 퐁텐(Gilles Fontaine) 태양의서커스 쿠자 투어 디렉터, 김용관 마스트인터내셔널(공연제작사) 대표와 빅탑 내 VIP 라운지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는 작품 설명과 공연 인프라 발전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퐁텐 디렉터는 “쿠자는 2007년 초연 이후 전 세계 투어를 이어온 작품”이라며 “태양의서커스 본질에 가장 가까운 작품이라 관객들이 기대하는 놀라움을 가장 잘 표현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쿠자가 전하는 메시지는 인생에서 어떤 국면을 맞던 그 순간을 즐기고 스스로의 가능성을 믿으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용관 대표는 “태양의서커스는 (한국에서) 굉장히 성공적인 시장으로 평가받는다”며 “좋은 공연장이 있어야 좋은 기획자, 좋은 공연이 생긴다. (부산에) 늦게나마 콘서트홀이나 오페라하우스가 건립된 것에 대해 환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18년 서울에서 ‘쿠자’가 한국 내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고 지난해 부산 (태양의서커스 ‘루치아’) 공연에서 그 기록을 깼다”며 “이번 공연이 그 기록을 다시 깨기를 바란다. 대박 나도록 많이 도와달라. 감사하다”고 밝혔다.
부산 공연은 내달 28일까지 이어진다. 서울 공연은 10월부터 잠실 종합운동장 빅탑에서 개막하며 일정과 티켓 오픈은 곧 확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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