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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수도 힘들었다는 ‘핑크’…김성훈 안무 “폭력 담은 작품 보며 자신 돌아보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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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폭력을 담은 이 작품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김성훈(43) 안무가는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김성훈 on 싱크 넥스트 25 ‘pink(핑크)’ 시연이 끝난 뒤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을 만든 의도를 묻는 질문에 “처음엔 보는 사람마다의 기준점이 굉장히 궁금했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성훈은 서울시무용단의 대표 레퍼토리인 한국 무용 ‘일무’의 공동 안무자로 참여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출신으로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영국 아크람 칸 댄스컴퍼니에서 단원으로 활동했다.

먼저 김성훈은 “어떤 서사가 있거나 메시지를 전하는데 초점을 맞추기 보단 감각을 일깨워주기 위해 실험적으로 펼쳐진 작품”이라며 “관객들이 어느 선까지 허용할 것이며 어느 선까지 불쾌함을 느낄지 알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00년대에 잔혹극이 유행이었다. 왜 이렇게 자꾸 생각이 나고, 시선이 가는지 모르겠더라”면서 “또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 흥행이 됐던 영화나 영상들이 굉장히 자극적인데 창작자들이 왜 이런 쪽에 관심을 두는지 궁금했다. 그러다 세종문화회관 측에서 실험적으로 해보는게 어떻겠냐 제안해서 만들게 됐다”고 부연했다.

다만 그는 “이 폭력이라는 주제가 공연을 통해서가 아니라 사회에서도 많이 묻어난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이렇게 말을 하는 것 자체가 폭력적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직접 때리지 않아도 어떠한 하나하나의 행동들이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폭력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그래서 저희는 폭력을 이렇게 내뱉으면서 그걸 각인시켜주려는 메시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훈의 ‘핑크’는 아르토 기법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 사회의 폭력성을 8명 무용수의 움직임으로 보여준 작품이다. 하얀 무대 위 붉은 피를 끊임없이 닦고 지우려는 반복을 통해 우리 주변에 감춰진 폭력과 억압의 굴레를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관객들은 불편할 정도로 낯선 감각과 마주하게 되고 역설적으로 정화의 순간을 경험하기도 한다.

아르토 기법은 20세기 초 프랑스에서 활동한 앙토냉 아르토가 창안한 ‘잔혹 연극’ 이론으로, 깨달음과 감동을 주는 연극은 기만이며 육체 언어를 통해 현실의 삶을 본능적으로 느끼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충격적인 장면이나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카타르시스를 일으키는 이 기법은 국내 연극계에서는 다양하게 연출됐지만 무용에선 보기 힘든 시도다.

이에 대해 몇몇 무용수들은 ‘폭력성’이 강한 작품을 춤으로 표현하는 것이 힘들었다고도 했다.

배현우 무용수는 “사실 개인적으로 잔인한 걸 엄청 싫어하는 사람이어서 무용수로 임했을 때 많이 힘들었다. 무대에서 얼음을 갖고 나오는 역인데 실제 공연에서는 구토를 한다. 뭔가 생소하면서 난해했던 경우가 있었다”며 “(무대 위) 빨간색이 메스껍고 속이 안 좋을 정도로 잔인하게 느껴졌는데 한 공포영화를 보면서 작품에 임했다”고 털어놨다.

정재우 무용수는 “아무래도 저희 일상에서 폭력을 접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보니깐 하면서 많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반면 다른 무용수들은 생소했지만, 흥미로운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동훈 무용수는 “남자 둘이 폭력성을 좀 더 깊게 표현하는 부분이었는데 누가 봐도 심각한 상황인 것 같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리얼리티하게 풀어봤다”며 “그렇게 하다보니 마인드도 새로웠던 것 같다. 감정선이나 상황들로 인한 해프닝,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지수를 안고 했다. 위험성이 있긴 하지만,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홍성현 무용수는 “이번 작품은 정말 행위로서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연출을 했기 때문에 새롭게 느꼈고 많이 배워가는 부분도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안무가가 가장 확실하게 얘기했던 것은 무용수들의 안전이었다. 우리가 안전을 지켜가면서 관객들한테는 어떤 연출을 보여줄 수 있느냐에 대해서 연구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다보니 폭력적인 장면이 있는 영화나 레슬링 등도 참고해서 리서치를 했고, 몸에 대한 새로운 언어를 많이 배운 시간이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해당 작품을 8명의 남성 무용수로만 구성한 이유에 대해 김성훈 안무가는 “처음엔 여자 무용수 3명, 남자 5명으로 했는데, 여성이 나옴으로써 성적인 부분으로 접근되는 등의 이유로 바꾸게 됐다. 폭력성에 좀더 중점을 두고 싶었다”고 답했다.

그는 “파리 대왕에서 소년들이 섬에 가서 서로 경쟁을 하거나 서로 생존하기 위해 사회를 나누고 싸우고 죽이는 장면이 나온다”며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대왕’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파리 대왕은 무인도에 불시착한 소년들의 권력 투쟁을 그린 소설이다.

무대가 차츰 핑크 빛으로 물들어가는 것에 대해 김성훈은 “작품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피를 계속 끊임없이 닦는 것을 콘셉트로 잡았다. 폭력성에 물들여져 있는 이 피가 가장 중요한 소재”라면서 “한 명이 희생되고 또 우리는 다른 사람이 없으면 또 그 사람을 희생시키고 이런 순환의 구조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피를 닦고 흔적을 지운다”고 했다.

하지만 김성훈 안무가는 “작품을 하면서 무용수들이 다 불편하고 힘들고 아픈 상태다. 저도 이 괜찮을 줄 알았지만 막상 하니까 되게 불편해서 병원을 가야 될 것 같다”며 “다음부터는 안 하고 싶은데 시간이 지나면 또 시도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핑크’는 세종문화회관 ‘싱크넥스트 25’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련됐으며, 19세 이상 관객만 관람할 수 있다. 28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dazzling@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828_0003307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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