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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긴밀한’ 絃의 대화, 무대를 장악한 헌정곡…샤함-앤서니 듀오 [객석에서]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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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54)과 아델 앤서니(55) 부부는 함께 하는 한국 첫 무대를 완벽하게 장악했다. 부부의 현은 시종 긴밀했고, 자신들에게 헌정된 곡에선 ‘대체 불가’를 선언하듯 무대를 압도했다.

샤함과 앤서니는 지난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국내 첫 듀오 무대를 선보였다. 공연은 올해 8회째를 맞은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세종솔로이스츠와 함께 했다.

두 사람은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d단조’와 이스라엘 작곡가 아브너 도만의 두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슬퍼할 때와 춤출 때’를 연주했다. 도만의 곡은 이들에게 헌정된 것으로, 지난 4월 미국 카네기홀에서 세계 초연했고 이번 한국 무대가 아시아 초연이라 일찍부터 기대를 모았다.

총 4악장으로 구성된 ‘슬퍼할 때와 춤출 때’는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에서 느낀 애도와 희망, 파괴와 생존, 절망과 극복의 공존 등 이중적 영성을 담았다.

1악장은 ‘한숨’을 모티브로 구슬픈 선율이 무대를 채우며 질서가 사라진 전쟁 상황을 표현하듯 음산하고 참혹한 분위기를 표현했다.

2악장은 이와 완전히 대비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애통하고 슬픈 생각에서 벗어나 깨달음을 얻은 듯 빠른 리듬으로 분위기를 전환해내는 샤함의 거장다운 면모가 돋보였다.

특히 정석적인 보잉(bowing)이 눈길을 끌었다. 팔을 일(一)자로 고정하고 오로지 팔꿈치를 이용해 수평을 만든 샤함의 연주 기법은 악기의 음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샤함과 앤서니는 4악장에서 음을 몰아쳤다. 쉴 틈 없는 연주로, 화려한 결말을 장식하며 환희와 희망을 전했다.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D단조, BMV 1043’의 하이라이트는 2악장이었다.

‘라르고 마 논 탄토(Largo ma non tanto)로 불리는 2악장은 작품 중에서 가장 느린 악장이다. 한 사람이 음을 리드하면 다른 이는 음을 받쳐주면서 조근조근 대화하듯 섬세한 하모니를 완성해냈다. 공연에 앞서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반응하며, 혼자서는 만들어낼 수 없는 더 큰 무언가를 함께 창조하는 과정”이라던 샤함의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이날 공연을 함께 한 세종솔로이스츠는 조연을 자처하듯 정제된 연주로 협연의 ‘룰’을 지켜냈다.

이들은 그러다가도 단독 무대에서는 잠재워뒀던 기량을 뿜어냈다.

세종솔로이스츠는 바로크 음악의 정수로 꼽히는 비발디의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라 폴리아’ 변주곡을 선보였는데, 작품은 느림과 빠름을 오가며 현악기의 다채로운 음색을 극대화했고, 하프시코드 특유의 찰랑거리는 선율이 더해져 풍성한 울림을 만들어냈다.

이어 미국 작곡가 데이비드 다이아몬드의 ‘라운드(Rounds)’를 연주하며 돌림노래가 지닌 순환적 구조와 매력을 한껏 드러냈다.

◎공감언론 뉴시스 excuseme@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827_0003305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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