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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의 서’ 국립무용단장 김종덕 “죽음으로 삶 성찰…잘 살아내자”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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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독무를 추던 남성 무용수가 사람들을 만나면서 몸놀림이 분주해진다. 여기저기 헤매는 듯하다 또다시 빠르게 춤을 춘다. (2장 ‘상념의 바다’ 中)

국립무용단 ‘사자(死者)의 서(書)’ 출연 무용수들이 27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헤오름극장 연습실에서 주요 장면을 시연했다.

해당 장면은 천진난만한 소년기, 청년기의 사랑과 이별, 장년기의 결혼 등 망자의 회상이다. 폭풍같이 몰아치는 일상에서 느낀 기쁨과 슬픔, 회한과 체념 등을 표현하는 장면이다.

27일 김종덕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겸 단장은 오는 9월 17~20일 무대에 올리는 ‘사자의 서’를 앞두고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오늘 보여드린 장면은 삶의 여정과 남자들의 전쟁같은 일상이었는데 슬픔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부정적이거나 슬픔에 빠져있는 죽음이 아니라, 죽음 앞에 있을 때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내 삶을 잘 살아내자’는 의미에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바람에 나부끼는 붉은 꽃잎처럼, 하얀 눈 위를 소리 없이 나는 새처럼, 무심히 뒤돌아보지 말고 그대 잘 가시오, 그대 부디 잘 가시오.”

그는 “죽음을 통해 삶을 성찰하고 내가 살아가는 과정에서 오류는 없는지 다시 내 삶을 재설정하자는 의미”라면서 자작시를 읊었다.

‘사자의 서’는 지난해 초연 당시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지적이고 감각적인 춤의 경전’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매진을 기록했다. 관객의 재공연 요청에 2025-2026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의 첫 공연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사자의 서는 죽음의 여정을 안내하는 티베트 불교 경전 ‘티베트 사자의 서’에서 영감을 받아, 망자가 죽음 이후 49일간 겪는 내세의 여정을 강렬한 춤과 에너지로 그려낸 작품이다. 안무는 김종덕 예술감독이 맡았으며 삶과 죽음,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질문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김 예술감독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대만 작가 차웨이 차이의 ‘바르도’라는 작품을 봤는데, ‘사자의 서’를 낭송하면서 망자의 환영을 영상으로 표현하더라. 그 작품을 보면서 삶과 죽음이 분리된게 아니라, 삶의 중첩된 결과물이 죽음으로 나타나는게 아닌가 생각했다”며 “삶과 죽음이 서로 물고 물리는 하나의 순환 과정으로 봤다”고 말했다. 바르도는 티베트불교 용어로, 사람이 죽은 후 환생하기까지 49일간 머무는 중간 상태를 의미한다.

작품은 총 3장으로 구성돼 죽음 후 망자가 겪는 49일의 여정을 단계적으로 보여준다. 1장 ‘의식의 바다’는 죽음을 애도하는 제의로 시작, 저승사자가 등장해 망자를 사후세계로 인도한다. 죽음의 강을 건너며 춤추는 망자의 독무와 죽음을 애도하는 살아있는 자들의 군무가 강렬한 대비를 보여준다. 2장은 ‘상념의 바다’로, 망자의 지난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3장 ‘고요의 바다’에서는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반복 움직임을 통해 삶과 죽음, 사후세계가 연결된다는 성찰과 위로를 전한다.

올해 공연에서는 전통춤과 현대춤을 추는 무용수를 더블 캐스팅했다. 초연 당시 남성 무용수 2인이 표현했던 망자의 역할을 성별 구분 없이 무용수 5명이 번갈아 맡는다.

또 공연시간을 75분에서 65분으로 압축해 밀도있고 역동적으로 꾸몄다.

이와 관련해 김 예술감독은 “첫 공연에서는 단원들 개개인의 몸짓 성향을 파악하지 못하고 제 동작을 (그들에게) 이식하는데 급급했다”며 “이번에는 상징과 은유, 서정과 서사를 버무려 작품을 밀도 있는 구성으로 바꾸려고 했다. 훨씬 더 역동적인 장면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역인 조용진 무용수는 정말 세련되고 멋지고, 장현수 무용수는 우리나라 전통춤의 정서를 온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한 사람은 한국적 춤으로 제대로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을 캐스팅을 했고, 다른 한 사람은 아주 세련된 몸짓으로 젊은 사람들이 죽음을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려고 했다”고 부연했다.

올해 새롭게 망자 역할을 맡은 장현수는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에 관한 기억을 떠올리며 죽음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부분에서 감정선이 동했다. 저보다 아버지 삶을 생각하고, 삶부터 죽음까지 가는 길을 ‘아버지가 되어서 설명해야 겠다’ 생각하며 연습했다”며 “전통을 바탕으로 한 춤이지만 춤에서 대사가 나와야겠다고 봤다. 아빠가 됐다가 어느 때는 딸이 됐다가, 그리고 어느 때는 부정적이었다가 체념했다가 하면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국립무용단 ‘사자의 서’는 다음 달 17~2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공감언론 뉴시스 dazzling@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827_000330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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