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쏟아지는 인기영상 모아보기 🔥

산울림 40주년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故 임영웅에 꽁꽁 묶여 있어” 8

AD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우린 꽁꽁 묶여있는 거 아닐까?’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고(故) 임영웅 연출에게 꽁꽁 묶여 있는 거죠. 그의 작품 노트엔 ‘세 발짝 반 가서 시선을 45도 틀어서’라고 동선과 시선까지 명료하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8일 연극배우 이호성은 서울 마포구 소극장 산울림에서 열린 개관 40주년 기념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프레스콜이 끝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5월 별세한 연출가 임영웅의 1주기를 맞아 그의 연출 특징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세계 현대극의 흐름을 바꾼 작가 사뮈엘 베케트의 작품으로, 지난해 5월 타계한 고 임영웅 연출에 의해 1969년 국내에 처음 알려졌다. ‘부조리극은 난해하다’는 고정관념을 깼다는 평을 받으며, 50년 간 약 1500회의 공연을 통해 22만 명의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2019년 명동예술극장에서의 50주년 기념 공연을 마지막으로 휴식기를 가졌던 산울림의 ‘고도를 기다리며’가 6년 만에 임 연출가의 해석을 그대로 담아 다시 무대에 오른다.

이날 1막 시연에서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는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우린 꽁꽁 묶여있는게 아닐까?”라는 대화가 잇따라 등장한다.

“우린 꽁꽁 묶여있는게 아닐까?” (에스트라공)
“도대체 묶긴 누가 묶고, 누구에게 묶여 있다는 거야?” (블라디미르)
“네가 말하는 그 작자에게” (에스트라공)
“고도에게? 고도에게 묶여 있다고? 무슨 소리야?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블라디미르)

‘고도를 기다리며’에 1994년부터 참여해 온 배우 이호성이 블라디미르 역을, 2005년부터 함께했던 배우 박상종이 에스트라공 역을 맡는다. 포조 역으로는 2013년부터 합류한 배우 정나진이 출연하며, 럭키역에는 배우 문성복이, 소년 역에는 배우 문다원이 새롭게 캐스팅됐다.

이호성 배우는 “저는 동선과 시선이 한번도 정확하게 맞아본 적이 없다. 뭐하나 삐끗 틀린다”며 “임영웅 선생이 보시다가 ‘시선 틀렸어. 하지만 전체적으로 잘 흘러갔어’라고 했었다. 이 작품에선 심재찬 선생이 연출하면서 애로사항이 많으셨다”며 웃었다.

이에 심재찬 연출은 “다른 작품도 그렇지만 임영웅 선생 자로 잰듯한 연출을 한다”며 “임영웅 선생이 연출할 때 보면, 배우들에게 시선을 디테일하게 일일이 다 지시한다. 조연출 할 때 가장 힘든 부분이 그거다. 배우들에게 일일이 다 알려주지만 금방 외우질 못한다.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시선 처리는 어느 부분에 가서는 상당히 힘들다”고 털어놨다.

이호성 배우는 ‘고도를 기다리며’ 연극을 처음 해본 때가 1994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고 떠올렸다. 그는 “30년간 약 12번 정도 했다”며 작품을 접하고 나서, 대인관·사회관·인생관·가치관이 많이 달라졌다. 세상 보는 눈이 달라졌다. 사뮈엘 베케트(원작자)가 절 계몽시켰다”고 했다.

이어 “좀 건방지게 얘기한다면, 이 작품을 하고나면 다른 작품은 작품 같아 보이지 않는다. 성취감이 ‘고도를 기다리며’만큼 다가오질 않는다”며 “욕심 같아서는 해마다 했으면 좋겠다. 그다음엔 일년 내내 했으면 좋겠고, 영원히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고도’가 누구인지 묻는 질문에 대해 배우 박상종과 이호성은 각자 다른 답변을 내놨다.

박상종은 “작가 베케트는 고도가 신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저희가 무대 올라가기 전에 기원을 하는데, 제가 의탁할 수 있는 절대자의 개념이 아닐까한다”며 “그 사람은 50~60년을 기다리게 한 사람이고, 억울하고 원망스럽지만, 기다려야 하는 절대자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이호성은 “포조가 고도 아니냐고 하는데, 저는 강력하게 부정한다”며 “옛날에 교도소에 가서 ‘고도를 기다리며’ 공연을 갔다고 한다. 죄수들에게 ‘고도가 누구인지’ 공연이 끝나고 물어보니깐, 죄수들마다 다 다르게 답했다. 여자·와인·빵·고기·자유로운 여행 등등 다 달랐다. 사람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고도가 누구인지 단정지을 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오는 10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소극장 산울림에서 공연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dazzling@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908_0003320780

AD

함께 보면 좋은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