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디스토피아 소설 ‘1984’의 시작은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본명 에릭 아서 블레어·1903∼1950)이 아니었다.
오웰의 ‘1984’보다 먼저 ‘세기말, 1984’라는 디스토피아 시를 쓴 여자가 있었다. 오웰의 ‘동물농장’을 우화로 기획하고 함께 편집한 사람도 그녀였다.
책 ‘조지 오웰 뒤에서 지워진 아내 아일린'(생각의힘)은 자기 삶을 바쳐 ‘조지 오웰’을 창조했으나 서른일곱 번 ‘내 아내’라는 언급으로만 세상에 남은 오웰의 첫 번째 아내 아일린 오쇼네시(1905∼1945)의 실제 이야기를 복원한 작품이다
아일린은 옥스퍼드에서 장학금을 받고 영문학을 전공한 심리학자로 스페인 내전에 참여했고, 탈출 계획을 준비해 오웰과 동료들을 구다. 정보부 검열과에 일하며 뉴스 검열과 삭제 일을 했던 이 여자의 별명은 ‘돼지’였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애나 펀더는 2017년 조지 오웰이 생의 마지막 시기에 남긴 기묘한 글을 발견한다. 때마침 2005년 아일린이 절친한 친구 노라 사임스 마일즈에게 남긴 편지 여섯 통 편지가 발견됐다.
저자는 부부의 주변인들이 남긴 기록을 발굴하고, 부부의 양아들 리처드 블레어와 스페인을 방문해 조사하면 이 여자를 다시 복원한다.
조지 오웰은 아내 아일린을 언급한 적 거의 없고, 전기 작가들의 공식화된 기록 속 아일린은 수수께끼 같은 존재였다. 저자가 발굴해 낸 아일린은 유머와 재치가 넘치는 사람이다.
여러 증언과 기록 속 아일린은 작가 지망생 에릭 블레어가 대작가 조지 오웰이 될 수 있도록 그를 경제적으로 부양하고, 심리적으로 지지하고, 지적으로 교류하며, 창작을 뒷받침하는 존재였다
저자는 이 책에서 위대한 신화의 그림자 뒤에 숨겨져 의도적으로 누락되고 축소되고 ‘거짓 동의’로 와해되어 지워진 한 인간의 이름을 되살림으로써 착취와 침묵이 어떻게 요구되는가를 우리에게 묻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구조를 직시하게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