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미인은 당대 전형적 이데올로기를 몸에 새긴 여성상으로, 시대적 가치관과 미의식 속에서 제조됐다.
근대 초기 부국강병과 민족 자강 시대 의식 속에서 미와 미인은 식산흥업 혹은 건강한 국민 양성이란 국가적 가치로 수렴되며, 위생과 건강이라는 서구의 가치를 통해 신체를 다듬는 방식으로 체화됐다.
미인은 근대 매체를 통해 호명되고 시현됨으로써 대중성을 확보했고, 문명과 근대를 체현한 여성상의 등장과 자유연애라는 새로운 사회 풍조 속에서 미의 가치는 일반 여성에게 보편화됐다.
미인 제조는 문명과 근대의 권력관계를 미의 가치로 포장했다. 식민지 조선은 제국 일본을 선망하며 일본 여성을 동경하는 식민주의적 미의식을 학습했다. 이는 일본제 화장품 광고의 도상과 문구에서 노골적으로 표출됐다.
근대 여성들은 미의 서구화에 가치를 두고 서양 여배우를 동경하는 동시에 일본의 미적 식민주의에 맞춰 자기 몸을 제조했다. 여성의 외모는 전통과 근대 혹은 내지와 식민지를 구분하는 기준이었고, 그 외모를 통해 신분 상승의 욕망이 발현됐다.
책 ‘미인 만들기'( 서해문집)은 김지혜 경기대 미술경영전공 겸임교수가 미와 미인 담론이 형성되기 시작한 19세기 후반부터 2차 세계대전으로 대부분 매체가 폐간된 1940년대 전반까지 조선을 중심으로 동아시아에서 공유된 미인관을 살펴본다.
이 책은 근대화와 문명화라는 시대적 이상 속에서 만들어진 미와 이를 표상하는 이미지로서 미인, 그리고 전통적 가치관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미인을 제조하기 시작한 근대 조선의 시대상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일상과 문화 전반에서 공유되던 보편적 미의식과 시대적 이념을 재구성하기 위해 신문, 잡지, 삽화, 사진, 영화, 광고 등 다양한 근대 매체를 통해 대중적 미인상을 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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