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조기용 기자 = ‘아이들이 굶어서 배에 복수가 찼음’, ‘농가에서 잡초를 뜯고 도토리를 주워 먹으며 연명 중’, ‘농민들이 식량을 찾아서 집을 버리고 도주함’
이오시프 스탈린(1879~1953)이 집권한 당시 소련의 비밀경찰들이 목격한 우크라이나 농민들의 기근 현상을 목격하고 보고서에 기재한 내용이다. 더불어 이런 위기 상황의 보고서와 편지를 1932년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대기근 ‘홀로도모르’를 조명한 앤 애플바움의 책 ‘붉은 굶주림’이 출간됐다. 저자는 역사학자이자 워싱턴포스트(WP)에서 15년간 칼럼리스트로 활동했다. 현재는 애틀랜틱 전속 기자이자 미국 존스홉킨스대 아고라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으로 있다.
우크라이나 대기근 생존자는 굶주림이 “영혼을 훼손했다”고 말한다. 배고픔이 육체를 지배하고 나서는 공포, 슬픔 등 감정이 무뎌진다고 표현한다.
책은 1917년부터 시작해 당시 우크라이나 혁명과 민족운동에 이어 1932년부터 1933년까지 발생한 기근 현상을 담았다. 끝으로는 현재까지도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기억의 정치를 논한다.
저자는 소련 스탈린 정부에서 벌어진 우크라이나 대기근을 전방위적으로 접근한다. 자료는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문서고에서 열람했다고 한다. 소련 붕괴 이후 독립 우크라이나가 등장하면서 진행된 구술사와 회고록 등을 모으는 대국가 규모 캠페인 덕분에 증거물이 모였다고 한다.
책은 스탈린과 그의 측근들이 주고받은 서신을 비롯해 비밀경찰 보고서와 지역 당에 하달된 각종 서류를 종합해 러시아에 눈엣가시 같던 우크라이나 민족을 말살하겠다는 스탈린의 야욕을 밝혀낸다.
“세계에서 가장 풍요로운 땅, 그 땅을 일구는 사람들의 손에서 수확물을 남김없이 빼앗아, 곡물을 수출하여 국고에 보태는 한편 경작자들은 굶어 죽도록 내버려두는 것이다. 정책의 효과는 확실했다. 지옥과 같은 굶주림 속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은…순종적인 사회주의 프롤레타리아가 되었다.”
저자는 기근 현상이 철저한 계획하에 진행됐다고 말한다. 농장 집단화와 공동 농장 개혁만이 진정한 프롤레타리아로 거듭날 수 있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즉 스탈린이 자국민을 대상으로 식량을 무기 삼아 일으킨 현상이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xcusem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