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허클베리 핀과 함께 여정을 보냈던 흑인 노예 ‘짐(제임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마크 트웨인의 소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짐의 시선에서 풀어낸 퍼시벌 에버렛의 ‘제임스’가 출간됐다. 책은 전미도서상(2024년), 퓰리처상(2025) 당선을 비롯해 다수의 문학상 최종후보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1983년 소설가로 데뷔한 저자는 장편소설 20편을 집필했지만, 이번 책으로 국내 독자를 처음 만난다.
소설의 배경은 노예제도가 존재했던 19세기 중반이다. 짐은 아내와 어린 딸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왓슨 부인의 노예다. 그러던 중 다른 집으로 팔려나가는 사실을 알게 되자 도망을 결심해 뛰쳐나온다. 가족과 헤어지는 것보다 도망 노예를 택했다.
도망 중 짐은 아버지의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뛰쳐나온 꼬마 헉(허클베리)를 만난다. 헉은 자신이 살해당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집 안에 돼지 피를 뿌리고 나왔다.
짐은 문득 자신이 범행의 범인으로 오해받을 것을 걱정하지만서도 어린 헉을 다시 돌려보낼 수 없었다.
각자만의 이유로 도망친 두 인물은 그렇게 ‘자유’를 꿈꾸며 여정을 시작한다.
“넌 뭘 원하는 거야? 우리와 함께 도망가고 싶은 거야? 노예 행세를 하며 살고 싶은 거야? 그건 네가 원하는 삶이 아닐 거라고 내가 장담할 수 있어. 아무도 원하지 않아. 그런 삶에는 그 어떤 모험도 없어, 헉.” (350쪽)
소설에는 노예가 존재한 시대상이 여럿 등장한다. 특히 짐은 자신만의 생각과 감정을 표출하고 싶은 갈망이 드러나지만, 노예라는 이유로 이를 실천하지 못한다. 이들에게는 배움도 허락되지도 않는다.
이를 거역할 경우 매서운 채찍질과 함께 등에 저마다의 상흔이 생기기 때문이다.
소설은 누군가의 희생 끝에 지금의 자유와 평등이 탄생했다는 점을 다시금 사유하게 한다.
“제 이름은 제임스예요. 저는 가족을 되찾으러 갈 거예요. 여러분은 저와 함께 가도 되고, 여기에 그냥 남아도 돼요. 저와 함께 가서 자유를 얻기 위해 노력해도 되고, 여기에 남아도 돼요. 자유를 얻기 위해 노력하다 저와 함께 죽을 수도 있고, 여기에 그냥 남아 있다가 죽을 수 있죠.” (3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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