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한국 최초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 4위로 입상한 피아니스트 백혜선(60)이 34년 만에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NOB)와 협연한다. 내달 2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NOB의 내한공연에서다.
이번 공연으로 처음 한국을 찾는 NOB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협력 오케스트라로, 1991년 백혜선이 콩쿠르 참가 당시 호흡을 맞췄다.
백혜선은 18일 서울 종로구 종로아트홀에서 기자들과 만나 “너무 기쁘고 정말 설레는 연주가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콩쿠르 본선에서 입상 이후 함께 순회연주 기회가 많았다고 한다. 백혜선은 “당시 NOB의 연주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고 떠올렸다.
백혜선은 이번 공연에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연주한다. ‘황제’는 베토벤이 1809년 작곡한 작품으로, 난청으로 그가 유일하게 연주하지 못한 피아노 협주곡이다. 또 베토벤의 협주곡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화려함을 자랑하는 곡이다.
백혜선은 “‘황제’는 음악 애호가들이나 처음 접하는 사람들 모두 사랑하는 곡이기 때문에 항상 (연주가) 새롭고 재도전하는 느낌이 있어 감사한 곡”이라고 말했다.
이어 “2악장에서 정말 이렇게 아름다운 곡이 없다”며 “3악장은 마치 무도회를 간 것처럼 듣는 청중들과 함께 호흡한다. 제가 느끼는 곡의 에너지를 비롯해 우리에게 주는 희망과 위로를 가슴으로 느끼고, 오케스트라와 연주를 하면서 점점 호흡이 가빠지는 부분을 즐기고… (이런 감정들이) 전달됐으면 한다”고 했다.
백혜선은 연주자로 활동하면서도 후학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서울대 음대 교수로 처음 강단에 오르고, 클리블랜드 음악원(CIM)을 거쳐 현재 뉴잉글랜드 음악원(NEC) 피아노학과 공동 학과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NEC는 백혜선이 피아니스트 러셀 셔먼과 변화경을 사사하며 학·석사와 최고연주자 과정을 마친 학교이기도 하다.
백혜선은 “한국인 학생들이 유독 NEC에 많이 오는 것 같다”며 “셔먼, 변화경을 비롯한 선생님들의 헌신과 열정이 오늘날 꽃을 피우는 것 같아 (교육자로서) 가만히 있지 않고 그분들의 가르침을 전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제자 중에는 지난 3월 프랑스 롱 티보 국제 콩쿠르를 우승한 피아니스트 김세현이 있다. 그도 현재 NEC에서 피아노 석사과정 재학 중이다.
백혜선은 세계 유수의 콩쿠르에서 입상하고 있는 한국의 젊은 피아니스트들을 ‘클래식계의 아이돌’이라고 표현했다.
백혜선은 김세현과 임윤찬을 언급하며 “과거 우리 세대 때는 선생님이 곧 롤모델이었는데, 지금 세대는 자기 자신이 롤모델인 것 같다”면서 “(학생들) 본인들이 각자만의 생각이 있어 어떤 것을 가르치면 확 바꿔서 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생은 100% 학생에게 해줄 수 없고 스스로 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를 해내면 급성장한다”고 덧붙였다. “연주자 본인이 맛있게 요리할 줄 알아야 하는데, 지금 세대는 10대 때부터 이를 터득한 점에 놀랐다”고도 했다.
그는 연령에 따라 교육법을 달리 가져간다고 한다. 백혜선은 “학생이 12살부터 28살까지 있는데, 어린 학생에게는 어느 정도 규격을 가져가면서 부모의 양육 방식, 가정문화 등을 파악해 가르친다면 고등학생부터는 어느 정도 자유를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청년기에 접어든 학생들에게는 ‘음악이 인생의 전부’가 아닌 점을 강조하며 다양한 길을 안내하며 ‘인생 선배’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한다. 다만 자신은 교육자이기 전에 연주자라고 강조했다.
“연주자와교육자 사이의 균형이 굉장히 힘듭니다. 연주가 있으면 학생을 다 자르고 연주에 집중해요. (웃음) 피아노와 같이 있는 시간을 늘 가지려고 노력하고, 이때 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새로 떠오를 피아니스트를 점쳐달라고 하자 “청중의 선호도, 연령층에 따라 다르다”면서 대신 작곡가의 작품을 충분히 공부하고 연주하는 연주자가 성공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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