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기획재정부 분리, 검찰청 해체 등을 골자로 한 이재명 정부의 첫 정부조직 개편안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새 정부 국정 운영이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부처 간 갈등, 정책 간 충돌 등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아 입법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7일 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가 이날 고위 당정협의회를 거쳐 발표한 새 정부 정부조직 개편안은 기재부와 금융위원회 분리, 검찰청 해체, 기후환경에너지부 신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기획위원회가 구상한 원안 대부분의 내용을 반영한 것이다.
◆검찰청 해체, 행안부 산하 중수청…권한 비대화·수사 효율성 우려
이 중 가장 관심이 쏠린 부분은 검찰개혁 일환인 검찰청 해체다.
정부는 검찰의 수사·기소 완전 분리를 위해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권은 행안부 산하에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기소권은 법무부 산하의 공소청으로 이관하기로 했다.
그러나 논란이 된 중수청 소관 부처가 결국 행안부로 결정되면서 법무부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행안부 권한이 자칫 비대화되거나 수사 효율성 저하 등 현장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둘 경우 경찰·국가수사본부(국수본) 등 1차 수사기관 권한이 동일 부처에 과도하게 집중돼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법무부와 검찰을 주축으로 설계돼 있는 현행 국제공조 체계가 각종 혼선으로 ‘올스톱’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상당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중수청을 법무부에 둘 경우 수사·기소 분리 등 검찰개혁 취지가 퇴색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자는 의견이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행안부도 일각의 권력 비대화 우려에 대해 ‘기우’라는 입장이다. 현재도 경찰청이 행안부 산하에 있지만, 사실상 독립적인 기관인 만큼 크게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중수청과 국수본 기능이 중첩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중수청이 행안부에 설치된다 하더라도 국수본과는 서로 수사 대상이나 수사 범위가 명확히 다르도록 설계를 해야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기재부·금융위 분리…”금융 정책·감독 구분 어려워 업무 혼선 불가피”
경제 부처인 기재부 및 금융위 ‘쪼개기’도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경제정책 수립과 예산편성 등 기능이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기재부를 세제·경제 정책을 담당하는 ‘재정경제부’와 예산·재정 기능을 담당하는 ‘기획예산처’로 분리하기로 했다.
기획예산처는 총리실 산하에 두기로 했다. 이명박 정부가 2008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기재부로 통합한 지 17년 만에 다시 기획예산처가 부활하는 것이다. 아울러 재정경제부 장관이 경제부총리를 겸임하기로 했다.
기재부 분리와 맞물려 금융위도 전면 개편된다.
국내 금융 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로 이관하고, 금융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원과 합쳐 ‘금융감독위원회’로 재편하기로 했다. 아울러 금감원의 소비자 보호 업무는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해 담당하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도 내부에서 반발이 나오는 분위기다.
예산 기능이 분리되면 재정경제부의 힘이 약해지고 다른 경제 부처의 정책을 조율하고 총괄하기 어려워 사실상 경제정책 컨트롤타워가 부재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금융 정책과 감독은 서로 긴밀하게 연관돼 있어 무 자르듯이 구분하기 어려운 만큼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간 업무 조율 과정에서 혼선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특히 금융당국에서 불만과 불안감이 더욱 확산하는 모습이다. 당장 근무지를 서울에서 기재부가 있는 세종으로 옮겨야 하는 데다 ‘금감위 조직 규모가 50명 수준에 불과하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이 부분은 금융위와 협의해서 조정해야 된다. 지금 단계에서는 구체적으로 몇 명이 남는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최대한 신속하게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인사 권한 등 실질적인 권한이 없으면 국무총리가 사실상 기획예산처를 컨트롤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총리에게 보고해야 될 사항도 많기 때문에 예산처를 잘 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마련돼 있다고 본다”고 했다.
◆기후부 신설에 “환경부와 에너지 정책 묶으면 정책 충돌·산업 위축” 지적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기능을 통합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개편하는 것을 두고도 논란이 적지 않다.
정부는 환경부를 환경·기후변화 및 에너지 등 탄소중립 관련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개편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실질적인 컨트롤타워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산업 및 통상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자원산업 및 원전수출 기능의 경우 산업부에 두기로 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직 개편을 놓고 민주당 내에서도 공개적인 이견이 표출됐다. 규제 중심인 환경부와 진흥이 필요한 에너지 정책을 묶으면 정책 충돌을 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관련 산업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란 주장이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소속인 이언주 민주당 의원은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신설할 경우 환경도, 에너지 정책도 제대로 안 되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다만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다.
행안부 관계자는 “환경부도 규제 위주의 부처는 아니고 여러 가지 정책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기관”이라며 “기능 이관으로 인한 충돌이나 갈등은 하나의 장관 아래 두 기능이 서로 합쳐지기 때문에 오히려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에너지 정책도 기본적으로 탄소 중립이나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된 큰 틀 하에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되면 관련된 기능들에 대한 조정이 잘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정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정기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정은 오는 25일로 예상되는 국회 본회의에서 해당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여러 논란과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어 입법부터 국회 통과까지 적지 않은 난항도 예상된다.
윤호중 장관은 “상당히 많은 내용의 개편을 담고 있으나, 국가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고 정부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한다는 원칙 아래 정부 조직을 무조건적으로 늘리기보다 일을 잘할 수 있는 구조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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