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앞으로 슈퍼 리치들이 ‘하이엔드급 명품’을 향하는 추세가 더 심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중들이 이미 많이 찾아 이제 희소성이 떨어지는 명품은 앞으로 맥을 못 출 거예요.” (유통업계 관계자)
글로벌 명품 시장은 물론 국내 시장에서도 올 하반기 브랜드 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 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에도 명품 시장에서 이른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로의 인기 쏠림이 화두였는데, 이젠 명품 삼총사 중에서도 에르메스의 독주 체제가 엿보인다.
불경기 속에서도 대중과 차별화할 수 있고 희소성이 큰 명품을 구매하려는 자산가들의 ‘하이엔드 선호’가 이어지면서다.
초고가 명품 백 외에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명품 주얼리가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명품 브랜드들도 ‘존재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한 해에도 여러차례 인상을 이어가는 ‘N차 인상’도 하반기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10일 명품 업계에 따르면 에르메스는 올해 2분기 글로벌 매출이 39억 유로(한화 약 6조1900억원)를 기록하며 고정환율 기준으로 전년 대비 9% 증가했다.
특히 에르메스는 버킨백·켈리백 등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초고가 제품군을 중심으로 모든 지역에서 고르게 성장하며 실적을 이끌었다.
이에 대해 악셀 뒤마 에르메스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첫 구매 고객이 줄어들고 있으며, 중산층과 열망 소비자(Aspirational Shopper)의 구매 빈도도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 반 클리프 앤 아펠 등을 보유한 리치몬트 역시 올해 2분기 매출 54억 유로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6% 성장했다. 특히 주얼리 부문이 11%의 성장을 이끌며 초고가 제품의 강세를 재확인했다.
반면 루이비통을 보유한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와 구찌를 소유한 케링그룹은 같은 기간 매출이 각각 4%, 18% 줄었다.
이런 명품 소비 트렌드 변화는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최근 이탈리아 럭셔리 협회 알타감마와 함께 발간한 ‘2025 트루 럭셔리 글로벌 소비자 인사이트 보고서’에서도 감지된다.
이 보고서는 “상위 0.1%에 해당하는 ‘탑티어 고객’이 전 세계 럭셔리 매출의 23%를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하는 반면, 과거 명품 입문층으로 불렸던 중산층과 열망 소비자는 경기 둔화와 가격 부담 등으로 소비 여력이 줄어 영향력이 점차 약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하반기 명품 브랜드들의 ‘N차 인상’ 기조 열기는 식지 않는 모습이다. 하이엔드급 브랜드들이 인상을 주도한데 이어, 일부 명품들은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인상을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도 ‘에루샤’를 비롯한 명품 브랜드들이 가격 인상을 선도하고 있다.
샤넬은 지난 6월부터 국내에서 일부 가방과 주얼리 제품의 가격을 최대 10%가량 올렸다. 샤넬 브랜드 전체적으로 올해 가격 인상은 이번이 세 번째다.
루이비통은 지난 1월 가격 인상을 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도 대표 제품인 ‘알마 BB’ 등의 가격을 올렸다.
에르메스는 매년 연례 행사 처럼 새해 벽두 명품 가격 인상 포문을 연다. 올해에도 연초부터 가방과 주얼리 제품을 중심으로 10% 안팎 가격을 올린 바 있다.
지난해 ‘에루샤’의 한국 시장 매출은 총합 4조6000억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는데 올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국내에서는 합리적은 소비 성향의 수요자들이 아예 중고 명품 시장으로 쏠리는 모습도 보인다. 그 중에서도 신품에 준하는 중고 명품인 ‘민트급'(Mint condition)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저렴한 가격에 사실상 신품에 가까운 품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에르메스 등 하이엔트급 브랜드 소비자의 경우 희소성이 높아 신품 부티크 매장에서 원하는 아이템을 찾기 힘들거나, 구매를 위한 실적이 부족할 경우 민트급을 대안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특히 대표적으로 캉카스백화점의 경우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지상 12층 단일 빌딩에 아시아 최대 규모 민트급 명품 쇼핑센터로 물량을 대거 확보하면서 엔트리급 부터 하이엔드급 명품까지 고객들이 몰리는 양상이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국내 명품 시장에서 하이엔드급 선호와 N차인상 추세가 맞물려 이어지는 가운데 민트급 중고 명품이 틈새 시장으로 커지는 형국”이라며 “과거에는 중고 명품숍들이 대부분 온라인몰이나 소규모 다점포 위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았던 반면 최근에는 직접 ‘럭셔리 상품 체험 쇼핑’이 가능한 초대형 오프라인 쇼핑센터로 몰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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