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뉴시스]김주희 기자 =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취임 한 달여 만에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문화산업고위급대화’를 통해 대규모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의장으로서 각국 문화수장들과 머리를 맞대고 역내 문화창조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동시에, K-컬처 산업의 선봉장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최 장관은 27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에서 열린 문화산업고위급대화 본회의를 의장으로 주재했다.
‘문화창조산업, 번영을 위한 새로운 지평(CCIs: New Horizons for Prosperity)’을 주제로 진행된 이번 고위급대화는 1989년 창설된 APEC 역사상 처음으로 문화산업을 주요 의제로 논의한 자리다.
이날 본회의에는 21개 APEC 회원경제체 중 멕시코를 제외한 20개 경제체가 참석했다. 일본 아베 도시코 문부과학성 대신을 비롯해 칠레 카롤리나 아레돈도 문화예술유산부 장관, 인도네시아 파들리 존 문화부 장관, 말레이시아 티옹 킹 싱 관광예술문화부 장관 등 고위급 정책 담당자들이 자리했다.
본회의에서는 올해 APEC 주요 의제인 ‘연결(Connect)’, ‘혁신(Innovate)’, ‘번영(Prosper)’이라는 3개 분과를 통해 문화산업의 미래를 조망했다.
첫 번째 분과 ‘연결: APEC 경제협력의 새로운 촉매제로서의 문화창조산업’에서는 문화산업이 APEC 핵심 성장 동력임을 재확인하고 이를 통한 지역 성장 기회를 논의했다. 문체부는 한국의 문화산업 육성 정책 방향을 소개하며 문화콘텐츠가 연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뷰티, 음식, 관광, 패션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두 번째 분과 ‘혁신: 디지털·인공지능(AI) 혁신이 주도하는 문화창조산업 발전’에서는 디지털 기술과 AI가 문화산업 전 단계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했다.
마지막 분과인 ‘번영: 문화창조산업을 통한 APEC 공동체의 번영 실현’에서는 에지랜드 인스티튜트의 이브 다코드 대표가 기조발표자로 나서 모범사례 공유, 교육 훈련 교류 등 문화산업 분야의 실질적 협력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본회의를 마무리하며 APEC 회원경제체 참석자들은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공동성명에는 ▲문화창조산업의 경제적 중요성에 대한 공동 인식 ▲디지털·AI 기술을 활용한 창작과 유통의 혁신 촉진 등이 담겼다.
본회의장 주변에는 이날 논의한 의제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경주의 문화유산과 K-팝 스타 제니 영상 등 미디어 전시를 비롯해 확장현실(XR) 콘텐츠 체험 공간, 개인 맞춤 색상(퍼스널 컬러) 진단 등 K-뷰티 체험 공간 등은 참석자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본회의를 마친 최휘영 장관은 “이번 첫 ‘APEC 문화산업고위급대화’는 APEC 역사상 처음으로 문화 분야를 경제협력의 핵심 의제로 격상하고 본회의에서의 의제별 논의를 넘어 APEC 회원경제체 참석자들에게 문화콘텐츠의 무한한 확장성과 한국 문화산업의 역량을 생생히 선보였다는 점에서 성과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APEC 회원경제체들과 문화산업을 통한 지속적 협력을 이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는 최 장관이 지난달 31일 취임 후 처음 나선 대규모 국제행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최 장관은 “취임한지 채 한 달이 안 된 시점에 큰 행사를 치르게 됐다”며 “한국 문화행사에 대해 많은 나라가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 문화 관련 논의에 더 큰 리더십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이끌어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날 최 장관은 우양미술관에서 환영만찬을 열었다.
각국 회원경제체 수석대표들은 물론 JYP 엔터테인먼트 박진영 창의성총괄책임자, 하이브 이재상 대표, SM 엔터테인먼트 장철혁 대표이사 등 기업인들이 참석해 대화를 나눴다.
한국 문화콘텐츠를 이끄는 대표 기업인들을 초대함으로써 민관이 함께 APEC 문화협력을 주도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본회의가 열린 이날도 최 장관은 바쁘게 움직였다. 각 세션의 빈 시간도 쉬지 않고 아베 토시코 일본 문부과학대신, 글렌 스콧 데이비스 미국 국무부 교육문화국 문화유산센터장과 양자회담을 가졌다.
최 장관은 “일본과는 올해 수교 60주년을 맞아 여러 문화 교류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께서도 한일 정상회담에서 좋은 결실을 많이 남겼다”며 “양국 정상이 합의한 우호적 환경 속에서 문화적으로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주도적으로 (이번 고위급대화를) 서포트해주고 (공동성명)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큰 역할을 해주신 것에 감사를 표한다”고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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