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올해 광복 80주년이 되는 해이지 않습니까?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올해 광복절에 의미를 많이 두듯, 우리 불교계도 남북 평화와 화해를 위해 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기념하고자 합니다.”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이하 민추본)는 오는 14일 봉은사에서 ‘8.15광복 80주년 기념 남북의 평화와 화합을 위한 기원법회’를 연다. 법회를 기획·추진한 민추본 본부장 태효스님을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전법회관에서 만났다. 스님 사무실에는 북한 금강산 신계사가 담긴 사진이 걸려 있었다.
태효스님은 “일제강점기로부터 해방을 맞은 기쁘고 희망찬 때이기도 하지만 해방과 동시에 남과 북으로 갈라진 분단 8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며 “8.15광복절은 남북 모두에게 중요한 기념일로 남북불교도는 8.15광복절에 맞춰 남과 북의 각 사찰에서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법회를 개최하고, 남북이 함께 채택한 남북공동발원문을 통해 민족 화해와 통일을 기원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광복 80년이자 분단 80년인 올해 남북불교도가 함께 기념한 8.15법회의 역사와 의미를 계승하고 남북이 다시 평화와 화합으로 나아가자는 불교계의 메시지를 전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해 종단 스님들과 뜻을 모았다”고 이번 법회의 배경을 설명했다.
태효스님이 본부장을 맡고 있는 민추본은 부처님의 자비정신을 바탕을 남북으로 분단된 한반도 고통의 역사를 화합, 평화, 통일의 역사로 만들기 위해 지난 2000년 6월 조계종이 설립한 종령기구다.
민추본은 ▲남북불교 동질성 회복을 위한 남북 불교교류 추진 ▲연구 조사를 통한 종단의 통일 종책 수립 ▲대북 인도지원 및 협력사업 ▲남북 불교문화유산 공동조사 및 보수·복원사업 ▲남북 공동행사 및 연대사업 참가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민추본은 올해 법회를 비롯해 전시, 포럼 등 다양한 행사를 기획했다. 오는 17일까지 봉은사 연희다원 앞 야외에서 특별기획전 ‘한국 독립운동과 불교’가, 11일 동국대 학명 세미나실에서 특별 포럼 ‘일제 강점과 분단의 역사를 넘어, 평화와 통일로!’가 진행된다.
이번 전시와 포럼을 통해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활약했던 불교 역할을 재조명하기 위해서다.
태효스님은 “전시를 통해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참여한 스님들과 불교계의 헌신과 노력을 새겨 희생정신을 기억하고자 했다”며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헌신에도 불구하고 해방과 동시에 분단을 맞이해야 했던 분단 역사를 성찰하고, 이제 분단과 적대를 넘어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는 민추본에 또 다른 기념할 만한 일이 생겼다. 지난 달 12일 ‘금강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후 분야별 민간교류가 활성화되면서 민추본은 남북불교교류를 전개하기 위한 상징적인 교류협력사업으로 북한, 현대아산과 공동으로 한국전쟁 때 소실된 금강산 신계사 복원불사를 추진했다. 종단은 2000년부터 신계사 터 성지순례, 신계사 터 등달기, 금강산 신계사 복원 기원법회 등을 이어가며 복원불사를 알리고 신계사 터에 대한 지표조사, 발굴조사 등을 진행했다.
이어 2003년 조계종은 조선불교도연맹과 금강산 신계사 복원 합의서를 체결하고 2004년 4월 착공식을 열었다. 2006년 11월에는 남북공동낙성식이 진행됐다.
이듬해 2007년 10월 열린 금강산 신계사 복원 준공식에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을 비롯해 각계 인사들과 신도 등 400여 명이 참여했다. 이후 조계종과 조선불교도연맹은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이 있었던 2008년을 제외하고 2015년까지 매년 신계사 복원 낙성일 기념 합동법회를 진행했다. 그러나 2016년 이후 현재까지 합동법회는 중단된 상태다.
태효스님은 “2016년 중단된 건축물 보수 점검을 시급히 진행하고 복구도 했으면 좋겠다”며 “신계사를 계속 알리고 관광 활성화를 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2015년 조계종 중앙종회 사무처장였던 태효 스님은 신계사를 방문한 적 있다.
태효스님은 “통일은 안됐지만 살아있을때 금강산을 두 발로 직접 갔다는 것이 굉장히 큰 영광이었고 마음도 들떴었다”며 “신계사를 복원해 그때까지만 해도 남북한 불교도가 평화통일발원문도 같이 발표했기에 상당히 고무됐고 ‘앞으로 이렇게만 하면 이제 통일이 곧 오겠구나’ 그런 마음이 들기도 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이후 남북 관계가 경색되어 2016년부터 현재까지 합동법회는 중단된 상태”라며 “금강산 가는 길이 다시 열리면 다시 남북불교도가 함께 모여 신계사에서 합동법회를 열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효스님은 금강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남북교류의 물꼬가 터지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최근 북한이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에 해외 관광객을 받고 있다고 하니 금강산 관광을 열어준다면, 금강산 신계사와 원산 석왕사를 참배하고 원산갈마지구에서 숙박과 관광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중장기 계획이지만 신계사에 템플스테이 공간을 마련해 국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평화 템플스테이가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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