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풀 냄새와 나무 냄새가 나는 그것이 정말 좋았다. 나는 그곳을 여러 번 따라 올라간다.”
박솔뫼 작가가 신작 소설집 ‘영릉에’를 펴냈다. 소설집 ‘믿음의 개는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며’ 이후 3년 만이다.
총 8편의 단편이 수록된 소설집은 이곳과 저곳의 장소들과 이때와 그때의 시간들을 자유로이 거닐며 독자들을 새삼스럽고 낯선 곳으로 이끈다.
책에는 을지로, 영릉, 중부시장, 일본 아오모리, 도쿄 게이오 플라자 등 국내외 공간이 등장한다.
저자는 “책에는 이곳저곳이 나오는데 어디를 가보면 좋을까”라며 “우선 나는 영릉에 가고 싶다. 영릉을 떠올리면 늘 다시 그곳에 있고 싶어진다”고 했다.
소설집의 문을 여는 ‘원준이와 정목이 영릉에서’는 성인이 된 원준과 정목 두 인물이 과거 계곡에서 놀았던 기억을 회상한다. 당시 정목의 아버지와 트럭을 타고 계곡에 놀러가 놀던 중 원준과 정목은 아버지가 자신들을 남겨두고 가버린 사실을 깨닫는다. 그렇게 둘은 터덜터덜 집으로 향한다.
“정목이 아버지가 성큼성큼 앞서 걸었고 정목이 아버지의 뒤를 정목이와 원준이가 나란히 따라 걸었다. 그런데 그 뒤를 따르는 것은? 정목이와 원준이가 정목이 아버지를 따르는 것처럼 정목이와 원준이를 따르는 것이 있었는데. 뒤를 돌아보면 알 수 있겠지만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13쪽)
소설에는 풀 냄새, 나무 냄새, 물소리,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등 계절을 담은 풍경으로 잊고 살았던 유년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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