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아이브(IVE)가 ‘디졸브(dissolve)’ 되는 시간.
아이브가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KSPO DOME)에서 연 두 번째 월드 투어 ‘쇼 왓 아이 엠(SHOW WHAT I AM)’에서 이 팀의 이전 장면과 새 장면이 페이드인(fade-in) 됐다.
이 팀은 데뷔 초창기 장원영을 비롯 멤버들의 인형 같은 외모로 초등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며 ‘초통령’으로 통했다. 외모가 비교우위가 되며 실력은 평가절하됐다.
그러다 작년 9월 도쿄돔을 끝으로 피날레를 찍은 첫 번째 월드투어를 통해 명실상부 ‘라이브 강자’ 걸그룹이 됐다. 동시에 올해 ‘롤라팔루자 베를린(Lollapalooza Berlin)’과 ‘롤라팔루자 파리(Lollapalooza Paris)’, ‘록 인 재팬 페스티벌 2025’ 등 페스티벌을 통해 기본기를 더 탄탄하게 쌓았고, 이날 더 강력해진 라이브 밴드와 함께 현재 자신들의 위상이 비주얼이 아닌 음악적인 것에 있음을 증험케 했다.
공연장 안을 가득 채운 앳된 목소리와 공연장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부모들의 존재를 통해 증명한 여전히 초통령이라는 신(scene)과 점차 음악성에 욕심을 내는 새로운 신이 잘 붙어 디졸브가 효과적이었다.

안이 닫히면 바깥이 열리는 게 순리인데 이 팀은 안과 밖, 즉 대중성과 실력이 동시에 ‘이중 운동’을 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단지 초월적 대상으로만 남아서 판타지를 유지해도 인기를 유지할 법하지만, 이 팀은 음악적인 믿음에 대한 접근 가능한 팀으로 환원되길 스스로 택했다.
특히 공연 막바지 ‘애티튜드(ATTITUDE)’ ‘러브 다이브(LOVE DIVE)’ ‘레블 하트(REBEL HEART)’ ‘키치(Kitsch)’ ‘아이 엠(I AM)’으로 이어지는 자신들의 지향점을 서사화한 대목은 이들의 근본적인 호소력이 현재 음악에서 나오고 있음을 보여줬다.
안유진·가을·레이·장원영·리즈·이서 멤버 전원의 미공개 솔로곡도 베일을 벗은 점도 그 증명 중 하나다.
장원영다운 화려함이 돋보이는 ‘에잇(8)’, 레이의 귀여움이 도드라진 ‘인 유어 하트(IN YOUR HEART)’, 청량한 밴드 사운드에 리즈의 시원한 가창인 더해진 ‘언리얼(Unreal)’, 고혹적이었던 가을의 ‘오드(Odd)’, 이서의 몽환적인 매력에 방점이 찍힌 ‘슈퍼 아이시(Super Icy)’, 안유진의 제목 그대로 매혹적 힘이 넘치는 ‘포스(Force)’ 등 6인6색 무대는 이 팀의 무궁무진한 색깔이었다.

개별 무대는 각각 독립적이었지만 단순히 공연에서 원심력처럼 병치된 구조가 아니라, 여섯 명이 함께 하는 무대의 목적지로 수렴돼 더 탄탄한 구심력을 구축하기 위한 좌표처럼 보였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날까지 2만8200여명의 ‘다이브'(팬덤명)을 끌어 모은 아이브는 좌표 영역을 더 넓힌다. 아시아, 유럽, 미주, 오세아니아 등 다양한 국가로 투어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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