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준호 김민성 이현주 기자 = 싱가포르 이커머스 ‘큐텐(Qoo10)’의 계열사인 티몬과 위메프의 자금 정산 지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양사 본사에 피해자들이 모여들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그러나 양사의 대처 모습은 극과 극이었다.
위메프는 류화현 대표까지 나서서 환불 조치를 진행하는 반면, 티몬은 피해 구제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공지만 전한 채 어느 누구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위메프 본사 1층에서는 전날 밤부터 구매한 여행 상품을 환불받기 위해 찾아온 소비자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입소문을 타고 본사를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내부 밀집도가 높아지자, 이날 오후부터 직원이 외부에서 QR코드를 통한 환불 신청 받고, 사람들을 줄세우기 시작했다.
아들과 함께 위메프를 찾은 이모씨는 “420만원을 들여 9월 싱가포르로 가족 여행을 가려 했는데 갑작스레 취소 연락을 받았다”며 “포항에서 올라와 오전 9시부터 점심도 못먹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목발을 짚고 위메프 본사를 방문한 조모씨는 “130만원을 내고 8월 말에 코타키나발루로 여행가려 했는데 못간다고 안내받아서 직접 왔다”며 “온라인상으로 어떻게 환불받으라는 말이 없어서 뉴스 보니 본사 간 사람들 먼저 환불해준다는 말을 듣고 왔다”고 말했다.
이날 자정을 넘긴 시각, 위메프 본사에 도착한 류화현 대표는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며 피해 상황과 대응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위메프의 미정산 금액은 400억원 정도로 확인됐고, 티몬의 액수는 정확히 모른다”며 “1000억원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이건 제가 언급한 숫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저희가 지금 소비자 회복을 하고 있는데 저희 법인 통장에 가압류가 들어올 수도 있다”며 “(가압류는) 최악의 상황으로 보고 있으며, 만약 가압류가 되면 지금 소비자 환불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회생절차를 밟더라도 소상공인과 영세상공인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피해 보상을 위한 자본은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피해구제를 위한 자금 확보를 위해 큐텐 그룹 전체가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피해자들은 환불 순서가 뒤죽박죽 엉키자, “11시, 12시 신청한 사람들이 8시에 신청한 사람보다 먼저 환불 받는게 말이 되냐”며 심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때 류 대표가 직원과 함께 주차장을 통해 건물을 빠져나가려고 하자, 길을 막아서며 환불 요구하기도 했다.
반면,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티몬 본사는 문이 굳게 닫혀있다가 이날 오후 4시30분께 문이 열리면서 피해자들이 건물 안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류광진 대표를 포함해 직원 어느 누구도 마주하지 못한 상태로 티몬 사무실을 점령하고 있는 상태다.
한때 현장 점검을 나온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조사관들과 경찰이 자리를 뜨려고 하자 피해자들이 이를 막아서면서 양측 간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류 대표는 이날 오후 5시45분께 자료를 통해 “피해 구제와 함께, 결제 재개 등 고객과 판매자들의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정산 지연 또한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서면으로만 의견을 전달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날 오후 위메프와 티몬 본사에 각각 조사관을 급파해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한 조사를 시작했다.
공정위는 현장 점검을 통해 주문을 취소한 소비자에게 대금 환불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와 재화와 서비스 공급을 계약 내용대로 이행하고 있는지를 점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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