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대표로 재직 당시 그의 지시로 어도어 직원들이 ‘각 아이돌별로 뉴진스를 카피했다’는 취지의 모니터링 문서를 작성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룹 ‘아일릿’ 소속사이자 하이브 레이블인 빌리프랩은 14일 서울 서부지법에서 진행된 민 전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4차 변론에서 이 같이 밝혔다.
해당 소송은 앞서 민 전 대표가 지난해 4월25일 기자회견과 입장문 등을 통해 빌리프랩이 아일릿을 기획하며 뉴진스의 콘셉트 등 전반을 표절했다고 주장한 데서 시작됐다.
빌리프랩은 허위 비방이라며 같은 해 6월 민 전 대표를 상대로 2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같은 해 11월 민 전 대표측도 50억 원 규모의 맞소송을 제기했고 양 측은 이전까지 세 차례 변론에서 공방을 벌여왔다.
이날 4차 변론은 지난달 30일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들을 상대로 제기한 전속계약유효 확인소송에서 재판부가 원고 승소를 판결한 뒤 열린 것이라 더 관심을 끌었다.
뉴진스 측이 이 소송 과정에서 주장한 아일릿 표절 의혹에 대해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당 재판부는 “여성 아이돌 ‘콘셉트’는 전속계약에서 정한 상표권, 퍼블리시티권, 지적재산권에 포함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빌리프랩은 이날 앞선 뉴진스와 어도어 간 재판결과를 인용, 민 전 대표가 어도어의 독립적 지배를 위해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에 대한 여론전을 펼쳤고 당시 갓 데뷔한 막내 아일릿을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빌리프랩 측은 “원고(빌리프랩)에 대한 표절의혹 제기도 피고(민희진)가 하이브에 부정적 여론형성을 위한 사전작업이었다”며 뉴진스 본안소송 판결문을 제시했다.

특히 지난해 3월25일 아일릿이 데뷔하기도 전에 민 전 대표와 측근들이 아일릿 공격 방법으로 음원사재기 프레임과 아일릿 표절의혹을 논의했다는 카톡 대화 등을 증거 자료로 제출했다.
빌리프랩 측은 “지난해 2월27일 아일릿 데뷔일정이 공개되자 어도어의 A부대표는 아직 나오지도 않은 음원으로 사재기 공격을 계획해 하이브를 협박하려 했고 2024년 3월18일 아일릿 데뷔 티저가 공개된 날에는 애널리스트에게 악의적으로 편집된 아일릿 비방 쇼츠 영상을 보여주며 하이브 주식을 팔라는 ‘셀 리포트’를 쓰도록 유도했다”고 변론했다.
아울러 빌리프랩은 민 전 대표의 지시로 당시 어도어 직원들이 몇몇 아이돌들이 뉴진스를 카피했다는 취지의 모니터링 문서를 작성했다는 주장도 했다. “민 전 대표가 하이브 뿐 아니라, 다른 엔터사 소속 남녀 그룹을 가리지 않고 모니터링 문서를 작성했고, 계획을 구체화해가며 갓 데뷔해 팬덤이 약한 아일릿을 희생양으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빌리프랩은 이어 “아마도 같은 걸그룹이어야 뉴진스의 ‘대체재’가 될 것 같다는 근거 없는 공포심을 뉴진스 부모들에게 심어줘서 자신은 뒤로 숨고 뉴진스 부모들을 전면에 내세우기 쉬울 것이라는 고려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빌리프랩 측은 민 전 대표 측이 만든 카피 모니터링 문서 상 표절의 근거는 일부 커뮤니티의 게시글과 댓글, 악의적으로 편집된 쇼츠 영상이 전부였다며, 안무 중 개별 동작을 몇 초 씩 떼어내 악의적으로 짜깁기식하면 카피처럼 보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시 영상을 현장에서 시연하기도 했다.
또 뉴진스를 B 감독과 함께 인기 유튜브 채널에 출연시켜 다른 아이돌이 ‘뉴진스 카피캣’임을 연상시키도록 지시한 민 전 대표의 카카오톡 내역도 법정에 증거로 제시했다.
빌리프랩 측은 그러면서 “무엇보다 민 전 대표의 입장 발표와 기자회견은 어떠한 객관적인 비교 분석도 없이 오로지 비방을 위한 비방, 평판 떨구기를 목적으로 한 여론전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대중의 표절 의혹 제기가 있었더라도 객관적 논증 절차 없이 표절 발언한 것은 명예훼손의 고의가 존재한다는 판례를 제시하며 “(민 전 대표의 표절 문제 제기는) 표현의 자유로 보호될 수 없음이 분명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또 민 전 대표가 자신의 카카오톡 내용이 법정에서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고 꼬집고, 언론·여론전이라는 단어가 수 차례 드러나는 등 비방의 목적을 드러내는 많은 단서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피고(민희진)는 자신을 정의로운 내부고발자로 포장해 좋은 사람들 쪽에 위치시키고, 상대방의 이야기는 들을 필요도 없다는 식으로 대중을 선동했으며, 스스로를 피해자화 했다”면서 “민 전 대표의 표절의혹 제기 이후 아일릿의 앨범 주문량이 급감해 추가 생산이 중단되고, 출연이 예정됐던 촬영 스케줄이 취소되거나 광고 집행이 중단되고, 멤버들이 악플에 시달리는 등 막대한 유무형의 손해를 입었다”고 부연했다. 이 내용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자료도 제시했다.
민 전 대표 측은 반면 빌리프랩이 민 전 대표에 대해 악의적인 프레임 씌우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뉴진스와 아일릿이 유사하다는 지적은 업계에서 먼저 퍼진 게 사실이다. 이를 제기하는 건 피고(민 전 대표의) 권한이자 의무”라는 것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아일릿이 뉴진스를 따라했다는 대중들의 반응이 지배적이었다”는 설명도 더했다.
빌리프랩 측이 증거로 제시하는 카톡에 대해선 “발췌하면서 실제 의미를 왜곡했다. 사적인 대화를 나눈 것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재판에서 실제 민 전 대표 측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증거로 활용한 PT 변론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카카오톡 내용이 사생활 침해에 해당한다며 공개 PT에 포함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날 재판은 양측이 준비한 PT에서 카카오톡 메시지는 가린 채 진행됐다.
이와 별개로 민 전 대표 측은 서면을 재판 당일에 제출함으로써 빌리프랩 측이 이에 대한 반박을 준비할 수 없게 해 재판부로부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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