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시스]여동준 기자 = “왜 식료품만 오르나. 물가라는 것이 담합 가능성도 높지 않은가.”
이재명 대통령이 관계 부처에 식료품 물가에 대한 대응을 주문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밀가루와 농산물 등 식료품 가격에 대한 감시를 본격화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미 설탕·계란·음료 등에 대한 담합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는데, 밀가루와 농산물 역시 공정위 감시망에 들어온 것이다.
이 대통령 주문에 물가당국 역할을 자처하는 공정위가 민생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18일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제분사들과 대형마트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공정위는 대한제분·CJ제일제당·사조동아원·대선제분·삼양사·삼화제분·한탑 등 제분사 7곳이 가격이나 물량을 조율하는 방식으로 담합을 벌였는지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와 롯데마트에 대한 현장조사도 진행됐는데, 이들은 농산물 가격을 올린 뒤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방법으로 눈속임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농식품부는 2022년부터 유통업체가 농산물에 대해 20% 할인 행사를 진행하면 정부가 구매자 1인당 1만원 한도에서 할인액을 보전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공정위는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해당 사업을 이용해 할인 행사 직전 가격을 인상한 뒤 할인을 적용했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의 잇따른 식료품 가격 관련 조사는 이 대통령의 주문에 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공정위 등 관계부처에 “서민들이 물가 때문에 고통받는 것을 줄여야 한다”며 “유통 구조나 비정상적 시스템 때문에 생기는 구조적인 문제도 철저히 챙겨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식료품을 겨냥해 “왜 식료품만 오르나. 물가라는 것이 담합 가능성도 높지 않은가”라며 “유통회사 몇 군데가 독과점을 하는데, 정부가 제대로 관리하고 개입하면 상당 정도는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달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했는데,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 상승률은 3.3%로 이보다 높았다.
빵 및 곡물로 좁혀보면 물가 상승률은 7.3%로 더욱 커진다.
공정위는 지난해부터 설탕·음료·계란·과자·돈육 등 식료품 물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면서 물가당국으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설탕 제조업체들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했고, 4월과 5월에는 육가공업체, 음료업체들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섰다.
공정위의 현장조사는 올해에도 이어졌는데 4월에는 과자업체, 6월에는 산란계협회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공정위가 직접적으로 물가를 다루는 기관은 아니지만, 궁극적으로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소비자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로서 물가 안정을 간접 지원하는 모양새다.
공정위 관계자는 잇따른 물가 관련 조사에 대해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법 위반이 확인될 경우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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