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아꼈던 소설이 연극화되고, 배우가 그 캐릭터의 이름을 가져가 연기할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벅참이 느껴져요.”
소설가 천선란의 소설 ‘뼈의 기록’이 연극으로 재탄생했다. 천 작가는 8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뼈의 기록’ 라운드인터뷰에서 “내가 기대했던 장면들이 훨씬 더 멋있게 연기해주셨다”며 무대에서 구현된 자신의 작품을 바라본 소감을 전했다.
‘뼈의 기록’은 천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로봇 3부작’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다. 인류의 행성 이주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미래를 배경으로, 지하 영안실에서 시신을 염하는 장의사 안드로이드 로비스의 시선을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을 조명한다.
앞서 천 작가의 소설 ‘천 개의 파랑’,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를 연극 무대로 옮겼던 장한새 연출이 세 번째 협업에 나섰다.
천 작가는 장 연출과의 작업에 대해 “‘천 개의 파랑’ 무대에는 실제 로봇이 올라갔다. 그런 획기적인 기획과 시도가 너무 좋았다”며 “SF라는 장르가 연극과 잘 어울린다. 연극 언어로 관객과 소통하는 지점에서 SF가 지닌 있는 스산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계속 유지하는 게 무척 마음에 들어서 이번 작업 요청에도 흔쾌히 응했다”고 소개했다.
장 연출은 “천선란 작가님의 로봇이라는 존재는 따뜻하게 느껴진다”며 “어쩌면 작가님이 보는 이 동시대의 세상은 따뜻한 로봇이 필요할 정도로 차가운 세상이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독자들이 이런 따뜻한 감성을 책으로 읽었다면, 무대에서는 오히려 차가운 세상을 관객이 느낄 수 있게 만들 수 있도록 고민하며 작업했다”고 덧붙였다.

소설은 무대로 옮겨오면서 약간의 변화를 가졌다.
장 연출은 “소설을 각색해 작품을 할 때 1순위로 생각하는 건 결국 원작과 다른 매력을 어떻게 찾을까이다. 책을 읽는 것과 똑같은 느낌을 받은 건 연극이 해야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번 작업에서는 ‘로봇이 염하는 세상’에 키워드를 맞췄다. 2085년이라는 세계관을 추가, 폐행성이 되는 지구를 통해 더 차가운 세상을 설정하기도 했다.
장 연출은 “‘죽음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가지고 가는 것도 중요했지만, 이 작품을 통해 애도가 부재한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를 관객들이 받아가시기를 바라면서 작업했다”고 말했다.
천 작가는 “기대했던 장면들이 생각보다 훨씬 멋있게 연출돼 좋았다”면서 원작 작가로서 우려했던 부분과 기대한 부분을 하나씩 꼽았다.
그는 “안드로이드 로비스는 감정이 없다. 혹시나 연극화 되었을 때 배우의 목소리 톤이나 표정 등으로 로비스가 감정적으로 인물을 대하는 느낌이 날까봐 우려했다”면서 “연극으로 보니 걱정이 하나도 되지 않을 정도로 차가운 시선의 로봇을 잘 표현해주셨다”며 웃음 지었다.
가장 기대한 장면에 대한 만족감도 드러냈다. “로비스가 영안실을 탈출할 때 캐릭터가 갇혀 있던 좁은 세상이 확 열리는 시원함을 연극에서 어떻게 느끼게 해 주실까 했는데, 정말 완벽하게 해소될 만큼 무대를 너무 잘 쓰셨더라. 굉장히 좋았다”고 강조했다.

로봇 시리즈를 꾸준히 써온 천 작가 만큼이나 장 연출도 로봇에 관한 연극을 자주 만들었다. 천 작가는 그런 장 연출을 향해 “나 만큼이나 로봇 덕후”라고 칭할 정도다.
장 연출은 “이제 우리는 로봇과 함께 사는 세상에 있기 때문에, 로봇의 등장이 어색하지 않다”며 “기술의 발전에 관심이 많은데, 결국 인간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 일본에서 강아지 로봇의 장례식을 치러주는 것을 언급하며 “‘우리는 이제 어디에 마음을 둬야할까’라는 질문에 더 가까워지게 되는 것 같다. 고독하고, 쓸쓸하고 외로운 세상이 되다 보니 로봇 이야기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학생 때 영화 ‘트랜스포머’에 푹 빠져 영화관에서 10차례 이상 관람했다는 천 작가는 “이후 로봇의 움직임에 설레 로봇 영화를 진짜 많이 봤다. 로봇은 유일하게 존재의 처음을 우리가 아는 존재 아닌가. 우리가 만들어냈고, 친근해질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인 것 같다”고 짚었다.
등장인물로서 로봇이 지닌 효과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천 작가는 “로봇은 애초에 ‘감정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 로봇이 인간을 만나거나 혹은 다른 로봇을 만나 태도를 바꿀 때 어쩔 수 없는 감동을 받게 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야기 속에서의 로봇은 감정의 극대화를 일으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로봇을 통한 감정의 확장성에 대해 강조한 천 작가의 시선은, 장 연출의 방향성과도 같다.
장 연출은 “세상이,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며 “그런 마음에 ‘기술을 이렇게 바라보면 어떨까요’하는 질문을 관객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4일 개막한 ‘뼈의 기록’은 다음 달 10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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