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유희석 기자 = 고려아연이 미국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해 약 2조8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미국 정부가 합작법인(JV)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 약 10%를 간접 확보하는 구조로, 북미 전략광물 공급망에서 고려아연의 역할이 한층 확대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15일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220만9716주를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발행가액은 주당 129만133원으로 기준주가 대비 9.77% 할인된 수준이다. 총 조달 금액은 약 2조8508억원이다.
신주는 미국과의 합작법인인 ‘크루시블 JV’에 전량 배정되며, 발행 주식은 1년간 보호예수된다. 납입일은 오는 26일, 신주 상장 예정일은 내년 1월 13일이다. 다만 거래 종결을 위한 선행 조건 충족과 관계 기관 협의에 따라 일정은 변경될 수 있다.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은 전액 타법인 증권 취득에 사용된다. 고려아연은 해당 자금을 미국 자회사인 ‘크루시블 메탈스 홀딩스’에 출자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미국 테네시주에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를 건설·운영할 ‘크루시블 메탈스’를 지배하는 법인이다.
공시에 따르면 크루시블 메탈스 홀딩스는 고려아연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크루시블 메탈스 역시 이 지주회사를 통해 고려아연이 간접적으로 100% 지배한다. 다만 실제 사업 추진은 크루비슬 JV를 중심으로 미국 정부와 전략적 투자자가 참여하는 합작 구조로 진행될 전망이다.
크루시블 JV에는 미국 정부가 핵심 투자자로 참여한다. 미국 전쟁부와 상무부 등 정부 측이 의결권 기준 약 40% 수준의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로 알려졌다. 이번 유상증자로 크루시블 JV가 고려아연 신주를 인수하면서, 미국 정부는 JV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약 10%를 간접 보유하게 된다. 고려아연은 별도로 크루시블 JV에 약 9.99% 지분을 출자할 계획이다.
이번 거래는 미국 정부의 정책 지원과도 연계돼 있다. 미국 상무부는 고려아연의 손자회사인 크루시블 메탈스에 대해 미국 반도체 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에 따라 2억1000만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해당 보조금은 크루시블 메탈스에 직접 지급되며, 미국 상무부는 이에 상응하는 규모의 JV 지분을 취득할 계획이다.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총 예상 투자 규모는 74억3200만 달러로, 10조원 이상이다. 이번 고려아연의 직접 투자와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금액, 미국 정보 보조금 이외에도 미국 정책금융 지원 대출 및 재무 투자자 대출 등이 포함된다.
고려아연은 이번 유상증자와 함께 크루시블 JV 및 미국 정부, 전략적 투자자들과 사업제휴합의서(Business Alliance Framework Agreement)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미국 테네시주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 구축 프로젝트 관리, 연방·주정부 인허가 대응, 안정적인 원료 공급원과 판매처 확보, 핵심광물 공급망 확장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공시를 통해 “미국 정부와 전략적 투자자와의 협력을 통해 지정학적 리스크와 수출 규제 불확실성을 줄이고, 전기차·배터리·방산 등 북미 핵심광물 시장에서 중장기 성장 기반을 확보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고려아연은 오는 16일 자기주식 68만10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발행주식 총수는 기존 1934만3263주에서 1866만3253주로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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