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뉴시스]손차민 여동준 기자 =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플랫폼법)’이 조속히 제정될 수 있도록 입법 추진을 뒷받침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설탕 등 민생과 밀접한 품목의 담합 여부에 대해서도 감시망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주병기 위원장은 28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나와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이같이 말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플랫폼법 입법에 대해 묻자 “하루 빨리 국회 입법이 조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공정위에서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주 위원장은 답했다.
김 의원이 “플랫폼법 입법이 늦어지며 소상공인들이 높은 수수료로 인해 벼랑 끝에 몰려있다.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주 위원장은 “현재 몇 가지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정산기간 상한을 둬야한다는 지적에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현재 공정위 안이 마련돼 있다”며 입법을 준비 중이라고 부연했다.
김 의원이 ‘플랫폼에서 일방적으로 거래 조건을 변경해 수수료를 인상하는 사례 등을 방지하기 위해 입점업체에게 단체 협상권을 줄 수 있는가’를 묻자 주 위원장은 “그것도 지금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공정위 안이 확실하게 마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쿠팡이 검색 순위를 조작해 자사 상품을 우대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반드시 플랫폼법에 중요하게 들어가야 되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국감에서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원당과 설탕 소매가격 추이를 보면 원당의 경우 국제가격이 지난 2023년 톤당 600달러에서 357달러까지 내려오지 않았느냐”며 “수입 시차는 있겠지만 사전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생활에 밀접한 품목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에 주 위원장은 “원재료 가격은 물가에서 상당히 중요하다”며 “원재료 가격을 결정하는 데 담합 등 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처리 중인 사건은 하루빨리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감사원 감사 결과 정부의 농축산물 할인 지원 사업 직전에 대형마트가 가격을 올려버린다”며 “정부가 급등하는 농축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지원금을 지급했는데 대형마트가 가로챈 것이니 엄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문제 제기했다.
주 위원장은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법 위반 행위가 발견되면 엄하게 (제재할 것)”이라고 했다.
공정위는 지난 15일 대형마트의 표시광고법 위반 의혹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지난해에는 CJ제일제당 등 설탕 제조사들의 가격 담합 혐의 관련 현장조사도 진행했다.

또 주 위원장은 SKT·KT의 영화 티켓 할인 광고 관련 표시광고법 위반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고 제가 봐도 과도한 이익을 이동통신사가 얻은 것은 분명하다”고 언급했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내 이통사 1·2위 기업인 SKT와 KT가 영화상영업자로부터 영화 티켓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과정에서 실제로는 5000~7000원에 구입한 티켓의 정가를 마치 주말 기준 1만5000원인 것처럼 표시한 후에 고객에게 멤버십 차감을 통해 할인 혜택을 주는 것처럼 표시 광고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와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SKT과 KT를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한 바 있다.
아울러 최근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 원자재 등 물품을 공급할 때 붙이는 마진인 ‘차액가맹금’을 과도하게 부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더라도 (로열티 방식으로) ‘변경할 의향이 없다’라는 답변이 79.4%”라며 “부당이득으로 판결을 하고 있는 거니까 패널티 조항을 넣어서 강화하고 직권조사를 더 주기적으로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의원실에 따르면 전체 가맹본부 매출 비중에서 차액 가맹금 수익은 51.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 위원장은 “공정위 차원에서 위법성을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면밀히 조사하고 직권조사나 주기적인 모니터링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며 “차액과징금이 51%라는 게 아주 과중한 건 사실이고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높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인공지능(AI) 분야에 한해 금산분리 등 규제를 일부 완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국감에서도 관련 질의가 나왔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대기업과 금융의 GP(운용사) 투자 방식을 검토할 때가 됐다. 벤처캐피털(CVC) 방식은 벤처기업과 신기술 금융회사의 투자에 용도가 제한돼 대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할 때는 GP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 위원장은 “금산분리는 금융시장 불안정과 산업 부문의 불안정이 상호 전이되지 않도록 하고 경제적 집중과 독과점 폐해라는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측면에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전략산업 부문에 대한 투자가 중소기업 등 벤처 육성뿐 아니라 인프라 투자 쪽으로도 사용돼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본업에 있어서의 초격차를 만드는 투자는 지속돼야 한다”면서도 “수출 대기업이 좀 더 적극적으로 CVC 제도를 통해 국내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스케일업하는 데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전했다.

공정위가 굽네치킨에 대해 ‘봐주기’ 조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부당한 외압이 있었는지 감사실을 통해 확인될 것”이라며 “조사가 다소 늦게 시작됐다. 신속히 마무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외에도 공정위의 외부인 접촉 규정에 대해서도 질답이 오갔다. 공정위 임직원들은 내규상 로펌, 전관 등 외부인과 만날 경우 보고를 해야 한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공정위가 외부의 사람들을 만나면 신고해야 하는데 여전히 필요한가”라고 묻자 주 위원장은 “여전히 필요하기는 하다”고 밝혔다.
이어 주 위원장은 “도입 당시보다 효력이 큰지 파악을 해야 되는데 내부 기강이라든지 그런 차원에서 신고 제도를 다시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회적 의견 수렴에 방해 요인이 되지 않도록 유념해서 관리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허영 의원의 ‘공정위 내부에 전문가로 구성된 디지털 시장분석 전담팀을 구성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에 대해 주 위원장은 “계획하고 있다”고 동의했다.
허 의원은 “이미 쿠팡이나 배달의민족 플랫폼에서는 AI가 가격 조정을 스스로 하며 카르텔을 보이고 있다”며 “현행 기준으로 하면 이것을 담합 행위라고 판정할 수가 없으니 명백한 규제 공백이 있다”고 꼬집었다.
주 위원장은 “기존 부서에서 AI와 데이터 관련 시장에 어떻게 대처할 것 인가에 대해 지금 연구 중”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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