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버추얼 스튜디오’ 개관…”콘텐츠 제작의 획기적 전환점”(종합) 10

[대전=뉴시스]김주희 기자 = 스튜디오에 등장한 우주인이 와이어에 매달려 공중으로 둥실 떠올랐다. 그의 뒤편에 있는 초대형 LED 벽(Wall)에는 넓은 우주가 그려졌다. 현장에서 보면 스튜디오에서 연출된 우주인과 우주 영상일 뿐이지만, 모니터로 보는 화면 속 그는 완전히 다른 공간에 있었다.

카메라 촬영과 동시에 특수효과를 화면에 구현해 내는 ‘인-카메라 브이에프엑스(ICVFX)’가 적용된 영상에서 우주인은 마치 실제 우주 공간을 유영하는 듯한 장면이 실시간으로 구현됐다.

‘스튜디오큐브’에 문을 연 ‘버추얼 스튜디오’에서 확인한 최첨단 제작 환경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3일 대전광역시 유성구 스튜디오큐브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버추얼 스튜디오’ 개관식을 열었다.

이번에 개관한 ‘버추얼 스튜디오’는 연면적 668평에 길이 60m, 높이 8m의 초대형 국산 LED 벽 등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여기에 실시간 3차원 그래픽 기술을 통해 실제 촬영 현장과 가상의 배경을 결합하는 최첨단 제작시스템을 갖췄다. LED 벽에 가상 배경을 구현하고 카메라 움직임에 따라 화면이 함께 반응해 실감 나는 입체적 장면을 현장에서 바로 촬영할 수 있다.

개관식에서는 이러한 ‘인-카메라 브이엑프엑스(ICVFX)’ 기술을 활용한 현장 시연이 눈길을 끌었다.

참석자들은 현장에서 촬영된 화면이 콘텐츠로 구현되는 과정을 직접 확인하고, ‘버추얼 스튜디오’에서 가상과 현실이 결합된 새로운 제작 방식을 지켜봤다.

이날 관계자들의 축사 또한 특별하게 펼쳐졌다.

김영수 문체부 제1차관이 축사에 나서자, LED 벽에는 뉴스 스튜디오 화면이 나타났고, 유득원 행정부시장이 단상에 서자 뒷배경은 단번에 뉴욕 타임스퀘어로 바뀌었다.

김영수 문체부 제1차관은 축사에서 “뉴스 데스크 앵커처럼 (축사를) 해야할 것 같다”고 웃으며 “‘버추얼 스튜디오’가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크다고 한다. 제작 환경이 콘텐츠의 질을 결정하지 않나. 우리 K-콘텐츠가 전 세계인으로 부터 공감 받고 있는데, 참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이 ‘버추얼 스튜디오’가 K-콘텐츠, K-컬처가 세계로 확산되고, 세계인들로부터 우리 K-컬처가 공감받고 세계 문화적 다양성에 한국 문화가 기여할 수 있는 인프라시설이 되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유현석 콘진원 원장 직무대행은 등장부터 달랐다.

LED화면은 스튜디오큐브에서 촬영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꾸며졌다. 유 원장 직무대행은 이에 맞춰 직접 드라마 속 캐릭터인 프런트맨으로 깜짝 등장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유 원장 직무대행은 “이번 ‘버추얼 스튜디오’ 구축은 국내 중소, 중견 제작사들이 더 넓은 상상력을 실험할 수 있고,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더 창의적인 콘텐츠 영상을 제작할 수 있게 하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버추얼 스튜디오’가 완공되면서 스튜디오큐브는 일반-수상-가상(버추얼) 촬영까지 모두 가능한 다목적 스튜디오의 모습을 갖췄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운영하는 공공촬영스튜디오인 스튜디오큐브는 총 2만평 규모로 중대형스튜디오 5개를 갖추고 있다. 수상해양 복합촬영장, 야외촬영장 등을 구비하고 있으며 ‘오징어 게임’, tvN 드라마 ‘미스터선샤인’ 등을 촬영했다.

문체부는 ‘버추얼 스튜디오’가 ‘K-콘텐츠’ 창작 공간으로서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제작사들이 앞으로 이러한 최첨단 기반 시설을 통해 해외 현지촬영과 후반제작 등에 들이는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장에서도 기대가 크다.

김태정 ARRI 한국 담당자는 새로 개관한 ‘버추얼 스튜디오’에 대해 “규모로만 보면 전 세계 톱급”이라며 “국산 전투기를 가지고 와서 ‘탑건’도 찍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엄지를 들었다.

‘버추얼 스튜디오’에는 독일 영화 장비제조사 ARRI에서 만든 시네마 카메라 알렉사35 두 대, 조명기 오비터가 20개 가량이 배치돼 있다. 그는 전문 카메라와 조명이 상주해 있는 만큼 제작 시간을 줄이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정 한국 담당자는 “우리나라 방송, 영화의 ‘이미지 퀄리티’가 할리우드 턱밑까지 쫓아왔다. 이런 (버추얼 스튜디오 같은) 것들이 활성화 되면 우리는 더 치고 나갈 수 있다. 오히려 할리우드에서 와서 찍고 싶어할 것”이라고 평했다.

문체부는 ‘버추얼 스튜디오’ 시범운영사업을 통해 제작사들을 대상으로 시설·장비·전문 기술 인력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고, 방송영상콘텐츠 현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버추얼 스튜디오 실무활용 마스터 클래스’를 운영해 전문인력도 양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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