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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선사고대관, 인류 삶·스토리 담은 역사 공간으로 재탄생(종합)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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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 선사고대관이 선사시대부터 고구려까지 한반도 인류의 삶을 유적과 영상으로 구현한 역사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층 상설전시관 중 규모 1613.38㎡(약 489평)에 달하는 선사고대관을 도입부, 구석기실, 신석기실, 청동기실, 고조선·부여·삼한실, 고구려실로 개편해 14일 공개했다.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날 선사고대관 언론 공개회에서 “지금까지 역사를 왕과 국가 중심으로 봤다면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삶, 즉 생활을 보여주려고 노력했고 그것이 좀 더 쉽게 와닿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개편 작업은
‘삶의 흔적, 역사가 되다’라는 주제 아래 2023년부터 약 2년간 진행됐다.

기존 선사고대관이 고고학적 물질문화를 객관적으로 구성, 기술하는 것에 집중했다면, 재단장한 선사고대관은 환경에 적응하는 인류의 시도, 도구를 사용했던 맥락과 기능, 도구가 가져온 삶의 변화상 등을 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김 관장은 “기존 전시에는 시대마다 패널 색깔을 달리해 마치 그 시대에 집중하는 효과는 있었지만 전체를 연결하는 역사적 흐름이 없었다”며 “이번에는 이를 연결하는 것을 시도했고 패널에서도 연도 위주의 역사에서 스토리의 역사로 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해 연도와 왕 이름을 외우는 것에서 이제는 구석기부터 역사의 흐름 속에서 역사를 스토리로 구성했다”고 덧붙였다.

박물관은 이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유적의 현장 정보를 강화하고 그림과 영상 자료를 십분 활용했다. 선사 영역 전시실은 시대별 주요 특징도 영상으로 만들어, 당시 인류 삶이 어떠했었는지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류정한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각 시대를 이해하기 위해서 장황하고 긴 설명 대신에 핵심 맥락이나 기능, 배경에 대한 그림과 영상 자료를 대폭 늘렸다”며 “고고학 자료는 원래 유적의 정보가 중요해 이를 체계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각종 보조 자료도 적극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또 “시대상을 설명하는 글도 최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표현하려고 했다”고 했다.

전시실 동선도 달라졌다. 관객이 제일 먼저 만나는 공간은 선사고대관 도입부다.
중앙 대형 벽면에 마련된 도입 영상에는 지구 역사 46억 년에서 인류의 위치는 어디쯤인지, 인류가 남긴 삶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 역사가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의 시대순 동선과 달리 관람객이 관객의 관심사에 따라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선사 영역 전시와 고조선·부여·삼한, 고구려로 구성된 고대 영역 전시를 택할 수 있다.

도입부 대형 벽면을 기준으로 오른쪽은 선사 영역, 왼쪽은 고대 영역으로 진입할 수 있다. 박물관은 처음 방문하는 관람객이라면 시대 흐름에 따라 오른쪽부터 관람하는 것을 추천했다.

선사 영역 전시의 시작인 구석기실 진열장에는 시기별 뗀석기를 만드는 재현 영상이나, 당시 생활의 이모저모를 살펴볼 수 있는 그림 설명이 추가됐다.

류 연구관은 “구석기실에서 처음 볼 수 있는 홍천 하화계리 유적은 아래쪽에 있는 토층에서 이른 시기에 석기가 나오고, 더 땅이 쌓여 갈수록 더 낮은 시기에 석기가 확인되는 대표 구석기 유적”이라며 “부산 동산동 계층도 아래쪽 폐강 층부터 올라갈수록 시대가 점점 누적된다는 점을 직관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석기 시대 토기장에서도 우측부터 지역을 달리해 동북부, 중동부, 중서부, 남부의 토기들을 역시 시대순으로 전시했다”며 “시간 흐름을 반영하려고 아래쪽부터 위로 올라갈수록 더 낮은 시기 토기들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석기실에는 정착 생활 시작, 구운 토기 고안, 간석기 사용 등 변화하는 삶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신석기 움집 삼차원 재현 연출, 동삼동 패총 투사 영상, 가덕도 무덤 연출 등이 마련됐다.

청동기실에서는 청동기 제작과 농경문 청동기 관련 영상, 숲과 동물을 표현한 삼차원 재현 연출, 부여 송국리 무덤 진열장 등이 청동기시대 사회 모습을 보여준다.

고대 영역 전시는 고조선·부여·삼한실부터 시작한다. 특히, 최초 국가 고조선을 강조해 비파형 동검 문화부터 세형동검 문화에 이르는 정교하고 세밀한 청동 전시품이 집중 배치됐다.

부여, 옥저, 동예와 낙랑 문화, 삼한이 고대 국가로 발전하는 과정도 살펴볼 수 있다. 철기 제작과 창원 다호리 통나무 목관의 설치 과정에 대한 영상도 마련됐다.

이번 개편은 무엇보다 관람객들의 관심이 높은 고구려실 개편에 방점이 찍혔다. 고구려가 우리 고대사에서 갖는 위상에 비하면 기존 고구려실은 다소 아쉬운 공간이었다.

고구려실은 앞선 전시실의 효과적 설계 및 배치로 전략적으로 확대됐다. 기존보다 1.7배 커진 공간에서 고구려의 역사 흐름에 따른 전시 구성을 만날 수 있다.

류 학예관은 “작년 공개된 자료인 광개토대왕릉비 탁본 디지털 복원을 전시관 한면 전체를 활용해 그 규모를 실감하실 수 있도록 연출했다”고 말했다.

특히,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고구려 자료를 적극 정리, 활용하고 서울대학교박물관 등 외부기관 소장품도 전시해 신규 전시품을 대폭 늘렸다. 개편 전시에 공개된 전시품은 1156건 1807점에 달한다.

그중 연천 무등리 보루 출토 찰갑은 고구려 장수의 갑옷으로 이번 개편전시에 처음 전시된다. 고구려 남진의 요새였던 경기도 연천 무등리 보루에서 출토된 것으로 삼국 간 전쟁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자료다.

핵심 전시품이라 할 수 있는 무덤 벽화 모사도는 특화 전시 공간에서 선보인다.

류 학예관은 “이번에 좀 더 신경 쓴 부분은 고구려 무덤 벽화 전시장”이라며 “벽화 모사도를 기존에는 동서남북 내면 중심으로 전시했지만 천장도까지 포함해 다 같이 볼 수 있도록 5개 진열장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박물관은 ‘모두를 위한 박물관’ 구현을 위해 여러 관람객의 특징을 고려한 전시실로 개편했다.

설명글은 어린이와 학생도 읽을 수 있도록 쉽게 풀어서 표현됐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시 편의도 배치됐다. 각 전시실 핵심 설명글은 점자와 음성 안내로 이용할 수 있다. 시대별 주요 전시품을 촉각 전시품으로 재현 제작했다.

특히 어린이를 위한 ‘배움 공간’을 상설전시 최초로 도입됐다. 선사 영역에 2곳, 고대 영역에 2곳에서 어린이들이 뗀석기, 농경문 청동기, 철제 도구의 활용, 고구려 무덤 벽화 등 다양한 문화유산을 체험할 수 있다.

개편된 선사고대관은 오는 15일 일반에 공개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214_0003065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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