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심봉사가 눈을 뜨듯이 이 작품을 하면서 심청가를 바라보는 시각과 해석들이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국악계 아이돌’로 불리는 소리꾼 김준수가 30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뜰아래연습장에서 열린 국립창극단 신작 ‘심청’ 라운드 인터뷰에서 요나김 연출의 ‘심청’에 출연하는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심봉사 역을 맡은 김준수는 “(판소리 심청가) 원전을 그대로 가지고 가면서도 심봉사의 캐릭터와 이야기 해석이 정말 다르다”며 “심봉사가 눈 뜨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개인마다 다르게 해석되고, 다른 메시지를 주지 않을까 한다. 심봉사를 하면서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저도 눈물이 나고 만감이 교차했다”고 말했다.
판소리 ‘심청가’를 재해석한 창극 ‘심청’은 오는 9월 3~6일 처음으로 무대에 오른다. 효심에 중점을 둔 판소리 ‘심청가’와 달리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억압당했던 ‘심청’을 약자를 대변하는 모습으로 그렸다.
심청 역에는 국립창극단 배우 김우정과 객원 배우 김율희가, 심봉사 역에는 국립창극단 배우 김준수와 유태평양이, 노파 심청 역에 김미진, 뺑덕어멈 역은 이소연이 각각 맡았다.
이날 시연회에서 김준수는 ‘아이돌’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걸쭉한 소리로 50~60대 심봉사로 변신했다.
심청 역으로 무대에 오른 김율희 역시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줬다.
그는 “매 연습 순간마다 땀이 나면 손을 닦는다. 또 심장이 벌렁벌렁하면 이렇게 움켜쥐면서 ‘나는 김율희가 아니라 심청이다. 김율희는 떨지만 심청이는 떨지 않는다’고 주문을 외우면서 연습에 임하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이번 심청가는 주변의 모든 것들이 심청을 죽음으로 내몰지 않았을까, 심청이 죽게 된 진짜 이유와 그녀의 감정은 어땠을까 하는 게 가장 다른 해석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청’의 극본과 연출은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연출가 요나 김이 맡았다. 지난해 국립오페라단 ‘탄호이저’ 연출로 호평을 받았던 그가 ‘심청’으로 판소리 기반 작품에 처음 도전한다.
창극 ‘보허자(步虛子): 허공을 걷는 자’ ‘리어’ 등 창극 음악을 맡아온 한승석이 작창과 음악감독을 맡았다. 국립창극단 전 단원을 포함해 160여 명이 출연할 예정이다.
요나 김은 “가장 공감이 되는 캐릭터가 심봉사다. 그게 우리 모두의 초상이라고 생각했다”며 “우리가 많은 실수를 하고 눈이 멀어 있다. 우리는 가끔씩 깨닫지만 또다시 잊어버린다. 그래서 소리꾼 유태평양 씨가 얘기한 그 무기력함 가운데 딸에게 모든 걸 맡기고 굉장히 수동적인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작품을 하면서 심봉사처럼 눈을 뜨는 느낌이 있었다”며 “우리들이 너무나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고 권선징악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많이 못 보는 것들이 있다. 이 작품에서 심청을 포함한 모든 인물들이 실수를 하고 그걸 깨닫거나 깨닫지 못하기도 한다. 계속 그 스토리는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전에서는 용궁에서 살아 돌아온 심청이 왕을 만나 결혼하지만 제 작품에 용궁 로맨스는 등장하지 않는다”고했다.
‘심청’은 다음달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첫 공개한다. 이후 9월 3~6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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