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K-팝 아티스트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국가유산을 소개하는 방식이 한층 깊어지고 있다. 궁궐과 한복 등 시각적인 문화 유산을 넘어, 최근에는 이수자, 전승 상황까지 담아내는 무형유산으로 시선이 옮겨가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전통문화의 주체로 선뜻 떠올리기 어려운 K-팝 스타들이 자발적으로 국가유산의 기록과 전달에 나서며, 단순 소개를 넘어 잇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래퍼 던은 지난 4일 개인 유튜브 채널 ‘던워리비햇님’에 ‘가치 이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프로젝트 첫 편은 서천 부채장이다. 던은 이날 게시된 첫 영상에는 충남 서천군 한산면에서 4대째 공작선(孔雀扇)을 만드는 이광구 서천부채장의 작업 모습과 던이 이씨 부부와 대화를 나누며 자신이 소유한 부채를 보수하는 장면이 담겼다.
이광구 보유자는 1997년 충청남도 무형유산 서천부채장 보유자로 지정된 부친 고(故) 이한규씨에 이어 2008년 보유자로 지정됐다.
이번 콘텐츠는 전통 공예품이라는 유형의 사물에서 출발해, 그 기술을 이어가는 사람과 전승의 현실로 시선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부채를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담긴 시간과 전통의 기술, 전승자 삶의 서사를 비춘 것이다.
던은 영상에서 “충청남도 서천 한산에서 이어져 온 부채의 전통은 단순한 생활 도구를 넘어 하나의 예술로 남아 있다”며 “눈에 보이는 것은 한 장의 부채지만, 그 안에는 한 사람의 시간과 기술, 그리고 삶이 담겨 있다”고 적었다.

특히 던이 무형유산의 전승 단절 우려까지 담았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
던은 “우연한 인연으로 무형유산 장인과 가족분들을 만나게 됐고, 그 과정을 통해 많은 분이 우리 유산에 관심 가지는 모습을 보게 됐다”며 “우리가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가치들을 찾아 기록하고, 전하고, 이어가는 여정을 시작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무형유산 80%가 후계자가 없는 상황이고 전통 이수자 비율도 낮은 상황”이라며 “우리 무형유산을 살리기까지는 안 돼도 알리기 위해 콘텐츠를 기획하게 됐다”고 했다.

슈퍼주니어 예성도 개인 채널 ‘예세이(예술 에세이)’와 국가유산채널을 통해 국가유산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예성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문화예술 공간을 찾아가며 국가유산을 포함한 다양한 한국 문화를 폭넓게 조명해왔다.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이 운영하는 국가유산채널에서는 ‘예성의 국가유산 산책(예술가의 성대 ASMR)’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예성은 국립고궁박물관을 찾아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한 국가무형유산 매듭장, 일월오봉도, 사인검 등을 소개하는가 하면, 광주 역사 여행과 조선왕조 궁중병과 만들기 체험 등 다채로운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예성이 국가유산 전반을 폭넓고 꾸준하게 소개하며 대중과의 접점을 넓혀왔다면, 던은 무형유산 이수자와 전승 단절 문제까지 시선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이런 움직임은 다른 K-팝 아티스트들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뉴진스는 2024년 5월 한복을 입고 국보 경복궁 근정전 앞에서 무대를 선보였고, 블랙핑크는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유물 해설사로 나섰다. 방탄소년단(BTS)은 지난달 21일 경복궁 앞 광화문광장에서 복귀 무대를 가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의 배경에 젊은 세대가 문화적 뿌리와 기준을 찾으려는 시대적 분위기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포스트모던 시대를 지나며 우리는 다양한 권위들을 해체해 왔다”며 “이에 MZ 세대가 극심한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문화에 관심을 두는 건 결국 정체성에 대한 관심”이라며 “이전에 살아온 사람들이 다듬어 온 지혜 속에서 오늘의 기준을 다시 찾으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스타와 젊은 세대가 서로 선순환을 주고받으며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국내에서 전통을 재발견하고 해외에 널리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산업화를 급작스럽게 하면서 전통이 단절되다시피 한 측면이 있는데, 젊은 세대 사이에서 전통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고 연예인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우리 전통문화의 맥이 다시금 복원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의 전통의 표피적 소비 우려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과도한 기우라는 시각도 나온다.
하 평론가는 “전통문화를 존중하면서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지만, 현재는 기본적 태도가 근본적인 존중 쪽에 있어 크게 우려할 지점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에 대한 국가유산청의 시각도 긍정적이다.
유산청 관계자는 “연예인이 우리 무형유산을 자신의 유튜브에 소개함으로써 대중에게는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특히 무형유산은 결국 사람이 이어가는 문화이다 보니, 다양한 방식으로 더 많은 분께 다가가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움직임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응원하면서, 유산청도 우리 국가유산의 가치를 조금 더 친근하게 전할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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