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우린 왜 끝이 분명한 그 길을 함께 걷기 시작했을까…그때 우린, 우린 왜 사랑했을까”(우린 왜 사랑했을까 中)
사랑처럼 복잡한 감정이 또 있을까. 시작은 설렘이지만, 끝은 아픔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사랑을 피하기란 쉽지 않다.
서울 대학로를 넘어 뉴욕 브로드웨이까지 사로잡은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지난달 30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10주년 기념 공연의 막을 올렸다.
작품은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은퇴한 구형 헬퍼봇들이 모여 사는 서울 메트로폴리탄의 한 아파트. 올리버는 옛 주인이자 친구라 믿는 제임스를 기다리며 홀로 지내고 있다.
특별할 것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던 올리버의 일상은 클레어의 등장으로 달라진다. 처음엔 충전기를 빌리러 온 클레어를 경계하지만, 이내 그를 기다리게 된다.
그렇게 둘은 차츰 가까워지고, 제임스를 다시 만나고 싶은 올리버와 반딧불이를 보고 싶은 클레어는 함께 제주도 여행을 떠난다. 그리곤 “사랑에 빠지지 않기로” 한 약속이 무색하게, 이들은 서로를 향한 사랑을 깨닫게 된다.
인간이 아닌 로봇의 사랑 이야기이지만, 관객은 이질감 없이 그들의 ‘마음’에 빠져들게 된다.
사랑이란 애초에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는 감정이라는 점에서 로봇의 사랑은 낯설지 않다. 오히려 이들의 순수함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울림을 전한다.
유한한 사랑을 나눌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도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로봇의 수명은 정해져 있고, 이들은 점점 낡아가고 있다. “사랑이란 끝이 분명한 길을 잠시 함께 걷는 것”이란 걸 알았음에도, 영원할 수 없는 사랑에 아파하는 이들의 모습은 쓸쓸함을 더한다.
2015년 트라이아웃 공연, 2016년 초연을 선보인 ‘어쩌면 해피엔딩’은 지난해까지 국내에서 다섯 시즌을 선보이며 탄탄한 관객층을 형성했다.
지난해는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 지난 6월 열린 토니어워즈에서 작품상, 극본상을 포함해 6관왕까지 차지해 한국 뮤지컬의 새 역사를 썼다.
작품이 10년이란 시간 동안 국내에서 꾸준한 인기를 구가하고, 이를 넘어 세계까지 사로잡은 데는 사랑이라는 보편적 키워드가 있다. 기다림과 설렘, 이별이라는 ‘평범한’ 사랑 이야기는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결말을 말하지 않는 방식으로, 관객들 스스로 여백을 채우도록 한다.
영원히 함께할 수 없음에 슬퍼하던 올리버와 클레어가 서로의 기억이 담긴 메모리를 지우기로 하지만, 실제로 메모리를 삭제했는지는 알 수 없다. 열린 결말 속에서 관객들은 ‘사랑의 끝’ 앞에 선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각자의 경험과 상황에 따라 감정의 결은 달라지게 된다.
작품이 가진 따뜻한 감성도 변치 않고 관객들의 마음을 데우고 있다.
LP 플레이어, 화분과 같은 소재는 로봇이 주인공인 이야기에 ‘낭만’을 더한다. 올리버와 클레어가 반딧불이를 만나는 장면에선 조명과 영상이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무대를 선사한다.
‘사랑이란’, ‘반딧불에게’, ‘그것만은 기억해도 돼’ 등 넘버들도 작품을 풍성하게 한다.
2018년 재연에 나섰던 올리버 역 전성우와 클레어 역 박지연은 이번 시즌 다시 호흡을 맞춘다. 전성우는 해맑은 미소로 올리버의 서툰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박지연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발산한다.
2016년 초연에 출연한 올리버 역 김재범, 클레어 역 전미도와 최수진, 제임스 역 고훈정도 특별 출연한다. 이들 위에도 올리버 역에 신성민, 정휘, 클레어 역이 박진주, 방민아, 제임스 역이 이시안, 고훈정, 박세훈이 함께한다.
작품을 향한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1, 2차 티켓 오픈 직후 총 50회차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6일 3차 티켓 오픈이 진행된다.
공연은 내년 1월 25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juhee@newsi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