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공부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그런데 이 여자를 (연기)하려면 ‘죽어나겠다, 어마무시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부를 안할 수가 없겠다’ 싶더라고요.”
배우 김선영이 19일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연습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극 ‘그의 어머니’의 어머니 브렌다 역을 맡은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의 어머니’는 영국 극작가 에반 플레이시의 작품으로 하룻밤 사이 세 여자를 강간한 아들의 범죄 형량을 감량하려는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본능에 대해 다룬다.
김선영은 브렌다 역으로 2018년 ‘낫심’ 이후 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선다.
1995년 연극 ‘연극이 끝난 후에’로 데뷔한 김선영은 데뷔 30년 차의 노련한 배우다. 드라마와 영화 등 여러 작품에서 연기력을 인정 받았다.
그런 그가 ‘연기 공부’에 대한 갈증이 커지던 가운데 만난 작품이 ‘그의 어머니’다. 지난해 국립극단의 출연 제안에 “무조건 하겠다”고 답한 이유다.
김선영은 “내가 이러다 배우로서 바닥나겠구나라는 마음이 들었다”며 “촬영은 잘 찍어놓으면 끝이지만 연극은 반복해서 계속 베스트를 뽑아내야 한다. 폭풍이 휘몰아쳐도 흔들리면 안 된다. 그런 무대에서의 훈련이 필요하단 생각을 2, 3년 전부터 했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브렌다는 놓칠 수 없는 역할이었다. 그는 “하룻밤에 여자 세 명을 강간한 미성년자 아들을 둔 잘나가는 엄마다. 이 여자가 겪는 갈등, 아들에 대한 비난 또는 연민의 마음, 아니면 죄책감 등 나열하자면 몇 페이지의 감정이 있다”고 자신의 역할을 소개했다.
류주연 연출가가 연출을 맡는다는 점도 김선영의 출연 동기 중 하나다.
두 사람은 1999년 아르코 공연예술아카데미에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07년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에서 연출과 배우로 호흡을 맞췄다.
오랫동안 김선영을 봐온 류 연출가는 ‘배우 김선영’에 대해 “능력도 되는데 노력까지 하니 이길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선영은 이번 공연을 두고도 치열하게 고민하며 계속 연구하고 있다. 김선영은 “정말 열심히 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대본을 보느라) 잠을 못 자서 잇몸이 흔들릴 정도”라며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 김선영이 연극을 떠난 적은 없다. 그는 남편이자 영화감독 겸 연출가 이승원과 2004년부터 극단 나베를 이끌고 있다. “연기 자체에 관심이 많다”는 김선영은 극단 나베에서 연기디렉팅을 꾸준히 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도 브렌다를 이해하는 건 쉽지 만은 않은 일이다. 공연 준비를 시작하면서 역할에 대한 혼란을 겪기도 했다.
김선영은 “(연습을) 시작하고 일주일쯤 됐을 때 이 여자가 너무 비호감인 걸 알고 충격받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비호감인 여자를 무대에 올리고 싶어서 작가가 극을 쓴 것 같진 않다. ‘당신이 저 상황이면 크게 다를 수 있나’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고 짚었다.
이 물음을 관객에게 넘겨줘야 하는 건 배우의 몫이 됐다. 김선영은 “이 사이를 잘 넘나들어야 한다. 오롯이 비호감이 되면 관객들과 분리가 된다. 그냥 악역이면 재미 없지 않나. 기가 막히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다는 공감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했다.
류주연 연출은 “가해자 부모의 고통은 사실 아주 난처하다. 바라보는 사람도 그렇고, 부모는 더욱 난처하다. 그런 심리를 파헤치는 건 예술로서 매우 재미있는 일이다. 상상하기 힘든 지점까지 쫓아가 그것을 파헤쳐 보고자 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가해자의 사건에 대해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표면적인 내용의 뒷편에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어머니’는 다음 달 2일부터 19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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