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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대는 생명력과 에너지…춤의 무한한 가능성 보여준 ‘재키'[객석에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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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남녀 구분 없이 피부에 밀착된 살구색 레오타드를 입은 무용수들이 무대 위에서 절제된 동작으로 군무를 춘다. 16명의 무용수들이 몸을 동시에 구부렸다 펴거나 꺾는 동작을 반복하는 모습은 마치 팔·다리가 여러 개인 거대한 외계 생명체가 걸어 나오는 장면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생명체’는 계속 모습을 바꾸고 예측 불가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울시발레단의 ‘재키(Jakie)’ 공연이 펼쳐졌다.

샤론 에얄과 가이 베하르가 공동 안무한 이 작품은 2023년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NDT)에서 초연됐으며, 이번 서울시발레단의 무대로 한국 관객을 처음 만났다.

이날 무용수들이 선보인 춤은 흔히 연상되는 발레의 우아한 동작이 아니다. 무용수들은 다리를 번갈아 가며 들어 올리고 내리는 곤충의 절지 동작처럼, 관절과 골격을 극대화해 움직인다.

특히 공연 내내 집요하게 이어지는 ‘까치발(드미 포앵)’과 짧은 스텝은 무용수들에게 극한의 중심부 근육 통제를 요구하며 숨 막히는 밀도를 빚어낸다.

◆반복과 절제 속 깨어나는 원초적인 에너지

클래식 발레를 전공한 에얄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발레와 현대무용을 구분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고전적 미학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그의 공연은 생경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무용수들의 군무 또한 발레 특유의 일률적인 동작이나 통일성을 따르지 않는다. 여러 무용수가 똑같은 움직임을 이어가다가도 집단에서 벗어난 한 명이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며 괴기한 몸짓을 토해낸다.

나홀로 발버둥 치던 이 무용수마저 결국 반복되는 집단의 리듬 속에 무자비하게 빨려 들어간다.

그러나 이들의 파편화된 동작은 보이지 않는 끈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어,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듯한 착시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관객들은 꿈틀대는 원초적인 에너지를 느끼게 된다.

이것이 바로 세계 최대 규모의 공연 전문 잡지 ‘바흐트랙’이 “매혹적이며, 거칠고 우아한 에너지로 가득하다”고 평한 지점이다.

◆춤이 음악으로…고통과 땀으로 증명한 ‘감각’

관객의 감각을 사로잡는 것은 무용뿐만이 아니다. 반복적으로 들리는 빠른 템포의 강렬한 전자음악은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어우러지며 몽환적이고 주술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들의 춤이 종교의식을 치르는 장면처럼 보이는 이유다.

무엇보다 ‘재키’의 특이성은 춤이 단순한 동작의 나열이 아니라, 무용수들이 신체와 감정을 100% 몰입하는 순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에얄은 한 인터뷰에서 “내 안무 목표는 총체적 감각(total feeling)”이라며 “총체적 감각은 신체와 감정 모두 지금 이 순간 100% 존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곧 무용수는 음악이 되고, 움직임이 된다.

이 과정에서 무용수들의 얼굴에는 고뇌와 고통이 스친다. ‘신체적으로 극단적인 상태에 이를수록 감정이 더 강하게 드러난다’는 에얄의 신념이 표출되는 순간이다.

무용수들의 강렬한 에너지, 그리고 쉴 새 없이 흘러내린 땀방울이 그들의 100% 몰입을 증명하며 막이 내린다.

‘재키’는 오는 22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무대에서 공연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dazzling@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60320_0003556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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