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나는 지금 아름다운 싱크로나이즈드 말미잘/물도 없는데/물속에 있는 듯 (중략) 나는 명랑한 싱크로나이즈드 말미잘/내 몸에서 끝없이 돋아나는 천 개의 줄/물속인 듯 물 없는 공중에 일렁이는 기나긴 줄” (‘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 중)
‘한국 현대 시의 최전선’ 김혜순(70) 시인이 어둑한 무대 위, 한 줄기 조명 아래에서 담담히 시를 읽어 내려갔다. 마치 한 편의 1인극 같았다.
1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김혜순의 시집 ‘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의 낭독회 ‘김혜순, 시하다-신작 시집 낭독회’가 열렸다.
2024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2025년 독일국제문학상 수상자 김혜순의 ‘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는 3년 만의 시집으로, 1979년 등단한 그의 15번째 시집이다.
김혜순이 무대에 오르기 전 스크린에는 그가 써놓은 시집 소개 글이 비쳤다.
“우리 공동체가 함께 겪은 정동들, 초조와 분노와 좌절과 환희와 결의, 그리고 매년 더워지는 그래서 결국 파멸에 이르고야 말, 징조를 내보이는 기후 생태 위기, 그런 것들에 대한 시적이고 예술적인 대안에 대한 생각의 흐름, 그리고 저의 개인적인 일과 그것에 이은 시적인 발견들을 다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가 시집 ‘죽음의 자서전’, ‘날개 환상통’,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 등 ‘김혜순 죽음 트롤로지’에서 고통과 죽음을 노래했다면, 이번 시집은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써내려 갔다. 그동안 시인이 펴냈던 시보다 더 쉽게 읽힌다.
낭독회에는 후배 시인 김상혁, 신해욱, 안태운, 유선혜, 황유원이 함께 했다. 약 2시간 동안 이어진 낭독회에서 이들은 총 65편을 읽어나갔다. 때로는 혼자, 때로는 목소리를 섞여가며 김혜순의 시를 묵묵하게 읽어나갔다.
무대 연출도 시의 분위기에 따라 변해나갔다. 특히 신해옥이 시 ‘하품과 기지개 사이의 우울증’의 구절 “우울은 물과 함께 쏟아진다/이불이 흥건히 젖는다”를 낭독할 때 푸른 조명이 무대를 채웠다.
약 2시간 동안 이어진 낭독회가 끝나자 관객들은 박수를 보냈다.
한편 이번 낭독회는 지난 13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일대에서 열린 ‘문학주간 2025’ 폐막식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예술위 관계자는 “낭독회 사전 예매가 약 1시간 만에 매진됐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관객 105명이 참석했으며, 낭독회 이후 진행된 김혜순 시인의 사인회에는 긴 줄이 이어지며 인기를 실감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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