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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숨겨야 공연이 산다”…’라이프 오브 파이’ 퍼펫티어 [문화人터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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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망망대해 위 구명보트, 한 소년과 벵골 호랑이가 생존을 건 사투를 펼친다.

얀 마텔의 소설 ‘파이 이야기’를 무대로 옮긴 공연 ‘라이프 오브 파이’는 소설 속 장면을 관객의 눈앞에서 실감나게 펼쳐낸다.

무대화가 불가능해 보였던 이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완성한 일등공신은 단연 ‘퍼펫(인형) 벵골 호랑이’를 온몸으로 연기하는 퍼펫티어들이다. 정교하게 디자인된 퍼펫에 숨을 불어넣는 이들은 소년 파이 역의 배우 박정민, 박강현과 더불어 공연을 이끄는 또 하나의 핵심축이다.

비록 몸은 드러내고 있지만, 섬세한 호흡과 움직임으로 마치 퍼펫이 살아있는 듯한 마법같은 순간을 창조해낸다.

이번 공연에는 김시영, 이지용, 최은별 등 9명의 퍼펫티어가 무대에 오르고 있다. 이들은 3인 1조로 팀을 이뤄 주인공 벵골 호랑이 리차드 파커를 비롯해 오랑우탄, 얼룩말 등 다양한 동물을 연기한다. .

뮤지컬 앙상블로 활발히 활동해온 김시영, 연극과 뮤지컬, 무용극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어 온 이지용, 연극과 인형극 경험이 풍부한 최은별을 만나 퍼펫 연기의 세계에 대해 들어봤다.

-동물을 연기하는 만큼 체력 소모가 상당할 것 같다. 오디션 과정은 어땠나.

▲김시영(이하 김) =”오디션을 처음 볼 때 크로스핏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웃음) 뮤지컬처럼 노래, 연기, 춤을 보는 게 아니라 체력을 보고, 3명이서 종이로 만든 인형을 함께 움직이며 하나의 신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거기서 사실 멘붕(멘털붕괴)이 왔다.”

▲이지용(이하 이)= “이전에 인형 뮤지컬을 할 때는 그냥 흉내만 내는 퍼펫이었다. 이번에 오디션에서 관절이 다 나뉘어져 있는 인형을 보니 너무 설레더라. 내가 잡고 움직이면 어떻게 보일까 궁금했다.”

▲최은별(이하 최)= “오디션을 보는 것만도 영광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체력과의 싸움이었다. 오디션이 끝나고 (힘이 다 빠져서) 기린처럼 걸었다.(웃음) 너무 힘들었는데 내가 리차드 파커 안에 들어갔을 때 ‘정말 너무 좋다, 짜릿하다’ 싶고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왔다. 만듦새가 너무 좋은 퍼펫을 보면서 ‘리차드 파커의 심장을 내가 잘 뛰게 하리라’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퍼펫 디렉터는 ‘퍼펫티어 연기를 위해 근력을 기르는 운동을 따로 한다’고 소개했다.

▲김= “연습 과정에서 움직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운동을 몇 가지 배웠다. 보통 근력 운동만 하거나 지구력, 심폐지구력 운동을 하는 식인데 (이번 공연을 앞두고는) 작은 근육 안에서 지속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운동을 많이 했다. 오랫동안 써야하는 근육에 대한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리차드 파커를 연기할 때 허리를 숙인 자세를 유지해야 해서 힘들지 않나.

▲최= “공연을 본 지인들은 100% 그걸 물어본다.(웃음) 이제는 요령을 파악해서 조금 덜 힘들다. 케이트 디렉터가 그 안에 있는 몸을 어떻게 컨트롤할지를 많이 강조했다. 그 부분을 생각하니 몸에 무리도 안 가고, 퍼펫이 잘 보여지게 하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다.”

-오디션 때 퍼펫을 쓰고 ‘짜릿했다’ 했는데 지금도 그런가.

▲최 =”매번 새롭고, 한 순간도 같은 게 없으니 ‘이게 퍼펫의 진짜 매력이구나’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항상 짜릿하다.(웃음)”

-준비 과정에서도 다른 공연과 달랐을 것 같다.

▲김= “3명이 호흡을 맞추는 게 제일 힘들었다. 3명이 합을 맞춰 하나의 동물을 표현한다는 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

▲최 =”처음 해보는 거라 평정심을 잃지 않고 집중하는 게 어려웠다. 또 세 명이 각자 지금 어떻게 하고 싶은지, 어떤 신호인지를 느끼는 게 초반에 어려웠는데 점점 더 잘 알게 됐다.”

▲김= “호흡이 한 번 안맞으면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세 명 모두 무대에서 넘어져 본 적이 있다. 호흡이 순간 한 명이라도 달라지면 위험해질 수 있어서 지금도 최대한 트레이닝을 하고 공연에 들어가려고 한다.”

-일반 연기와 퍼펫 연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김= “상대를 볼 때 눈을 직접적으로 쳐다보지 못하고, 퍼펫을 통해 봐야한다. 상대의 감정이나 표정을 주변시를 통해 읽으면서 (리차드 파커) 몸통과 꼬리에 전달해줘야 한다.”

▲이= “무대 위에서 작품을 볼 때 일반적으로는 관객과 배우가 하나의 줄로 연결된다. 관객은 ‘저 역할은 저 사람’이라고 믿게 된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퍼펫티어로 연기하고, 관객이 퍼펫을 보다 보니 한 단계가 더 있다. 내가 몰입해서 연기를 잘해도, 퍼펫이 그렇게 움직이지 않고 호흡이 잘 안 되면 관객이 믿기 어렵다. 그런 부분을 제일 신경쓰게 된다.”

▲최= “퍼펫이 어떻게 움직이고 싶어하는지, 어떤 상태인지를 계속 상상해야 한다. 일반 연기를 할 때와는 다르게 퍼펫의 입장에서 퍼펫이 가진 이야기를 상상하고, 또 함께하는 퍼펫티어가 있으면 그들도 느끼고, ‘제4의 퍼펫티어’인 상대 역할 파이까지도 통합할 줄 알아야 하는 게 다른 점 같다.”

-리얼한 동물 움직임을 위해 특별히 참고한 것이 있나.

▲김= “우리 모두 다큐멘터리도 많이 보고, 유튜브로 호랑이의 특유의 습성 등을 찾아서 가져오려고 했다. 정말 리얼해보이기 위해서.”

▲이= “호랑이 영상을 많이 찾아보니 울음 소리가 (예상과 달리) 생소한 게 있더라. 그런 부분은 오히려 관객들이 잘 모를 것 같아서 본래 호랑이의 울음에 사람들이 생각하는 느낌을 섞어서 하고 있다.”

▲최= “연습기간부터 케이트 디렉터와 울음소리 훈련을 했다. 호랑이가 어떻게 사는지를 찾아보는 것도 너무 재미있었다. 디렉터가 ‘얼룩말 울음소리가 좋다’고 하면 굉장히 뿌듯해서 열심히 한 기억이 있다.”

-관객들은 어느 순간 퍼펫티어가 보이지 않는 신비한 경험을 한다고 한다.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그런 순간이 있나.

▲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특정 장면을 말할 순 없다. 하지만 퍼펫 연기를 할 때 객석에서 ‘이건 분명히 퍼펫을 보고 반응한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최 =”지인이 공연을 보고 거북이가 너무 좋았다고, 진짜 거북이가 수영하는 것 같았다고 하더라. 퍼펫티어가 보인다, 안 보인다를 떠나 어느 순간 퍼펫만 보이는 환상이 통하는 게 있다 싶어서 나도 신기했다.”

▲김= “(리차드 파커를 할 때의) 우리도 더 노력해야 겠다.(웃음)

-배우로서 돋보이고 싶은 욕심은 없나. ‘나’보다 ‘인형’이 주목받아야 하는데.

▲이 =”처음에는 억울했다. 리차드 파커는 파이와 함께 주인공이기도 한데, 나는 다리를 맡다 보니 더더욱 내가 나오는지 지인들이 보고도 모른다.(웃음)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안 보여야 공연이 잘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보이려는) 욕심을 버려야 하는 것 같다.”

▲김= “내가 보이든 안 보이든 크게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만족한다. 보시는 건 관객의 몫이고, 나는 관객에게 믿음을 주는 공연을 하고 싶다.”

▲최 =”퍼펫과 함께 무대에 있는 게 너무 좋아서 퍼펫티어 활동을 많이 하게 됐다. 배우 자체도 있지만, 퍼펫을 통해 표현한다는 게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내가 퍼펫 안에 들어가 있어서 더 뿜어져 나오는 존재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이 어떤 의미로 남을까.

▲최= “이 넘치는 체력을 어디에 쓰게 될지, 내 행보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웃음) 체력이 정말 좋아졌다. 이전 인형극에서는 작은 테이블이나 무대에서 퍼펏티어를 했는데, 이번 공연으로 시야가 트인 것 같다. 경험이 확장돼 (앞으로의 활동에) 기분 좋은 물음표가 생긴 것 같다.”

▲김 =”배우는 관찰하는 게 직업이지 않나. 이 정도로 호랑이를 관찰하는 힘이면 어떤 역할이든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에게는 배역을 바라보는 데도 한 단계 더 발판이 됐다.”

▲이= “뭐든지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긴다. 처음에는 막막하기도 하고, 호랑이처럼 안 보이고 퍼펫티어만 보이면 어쩌지하는 부담도 있었다. 연습과 퍼펫티어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런 걸 이겨내니 관객에게 퍼펫을 믿게 하는 데 더 짜릿함이 있더라. 앞으로도 뭔가 더 해낼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든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다음 달 2일까지 GS아트센터에서 관객을 만난다.
◎공감언론 뉴시스 juhee@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60211_0003512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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