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노래는 마음에 길을 내어주는 거야” (‘신나락만나락’ 선율의 대사 中)
14일 열린 국립국악관현악단 어린이 음악회 ‘신나락 만나락’ 리허설 시연에서 주인공 선율은 “속이 비어있다”며 연주를 하지 않고 풀이 죽어있던 ‘대금’을 향해 이같이 말했다.
이 말에 용기를 얻은 대금은 앞으로 성큼 성큼 걸어나와 대금을 연주했고, 주변에 있던 다른 국악기들의 박수 갈채를 받았다.
선율은 ‘최고의 악기가 대금인거냐?’는 질문에 “고를 수 없다. 모두 아름다운데 왜 꼭 하나만이 최고가 되어야 하냐”라며 “서로 부족한 부분을 주고받으며 채워나가는 우리처럼, 함께 최고가 되자”고 해 감동을 자아냈다.
‘신나락 만나락’은 ‘신과 인간이 만나 함께 즐거워한다’라는 뜻의 제주방언에서 따온 제목이다. 주인공은 음악이 없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노래하는 아이 ‘선율’이다.
선율은 세상의 부름을 받아 멀리 일하러 간 엄마를 찾아 모험을 떠난다.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음악 세상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여러 국악기가 지닌 소리와 매력을 접하게 된다.
작품에는 4명의 배우와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으로 구성된 10인조 연주단, 다양한 퍼펫(인형)이 함께 한다. 단원들은 연주자의 역할을 넘어 어린이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고 악기를 소개하는 길잡이다.
판소리 창작자이자 연출을 맡은 박인혜는 이날 라운드 인터뷰에서 “아름답게 만들어진 인형이 주는 아날로그적 미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런 과정을 거쳐 네 명의 배우를 섭외했고, 또 악단을 만나서 이렇게 연습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악기나무 숲’에서 전문 배우가 아닌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인 대금 연주자가 직접 연기를 하는 부분에 대해선 “저희가 가장 즐거워 하는 장면 중 하나”라면서 제작 전 단계에서 국악기를 잘 보여주되, 작위적이지 않은 방식이었으면 좋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공간마다 상징적인 악기들을 배치하고 이와 함께 퍼펫을 연결, 유기성을 갖고 있을 때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가에게는 ‘관악기 연주자가 일어설 수 있어야 한다. 걸을 수 있는 장면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연기를 안 하던 사람이 연기할 때 오는 생경함이 주는 상쾌함 있다”고 부연했다.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이고운 작곡가는 ‘신나락 만나락’이 아이들이 자연스럽고 친숙한 방식으로 국악 소리를 경험할 수 있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소개했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이 작곡가는 “내 아이가 듣는 음악, 내 아이가 보게 될 공연이기 때문에 국악의 매력을 잘 살려서 아이에게 먹여준다는 마음으로 준비했다”며 “아이들에게 잘 다가갈 수 잇도록 ‘말맛’을 잘 살리고 싶고, 아이들이 공연을 보고 나간 뒤에도 흥얼거렸으면 하며, 가장 기본적 장단인 굿거리와 자진모리 장단을 최대한 활용해 아이들에게 우리 장단의 흥과 리듬을 새겨주고 싶다”고 음악의 방향을 설명했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악장이자 작품의 거문고 연주자인 오경자는 “이번 공연에 지휘자가 없지만, 연주자 한사람 한사람이 극 안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아이들이 악기들을 다 알고 갈 수 있는 대표적 어린이 극”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예전에는 공연장 밖 로비에 악기를 비치해 어린이들이 악기를 만났다면, 이번에는 각 장마다 어린이들이 국악기를 하나 하나 잘 알 수 있게 구분해줬다”며 “저희 단원들이 모두 공연을 ‘자녀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작품에 대한 기대가 정말 크다”고 했다.
2004년부터 어린이 국악 공연을 제작해 온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신작인 ‘신나락 만나락’은 제주 ‘설문대할망’ 설화를 모티브로 제작됐다. 설문대할망은 바다 아래 흙을 삽으로 떠서 제주도를 만든 여신. 키가 너무 커서 인간들은 직접 모습을 볼 수 없고 제주도 지형을 통해 그 존재를 짐작했다고 전해진다.
‘신나락 만나락’은 오는 22일부터 5월 4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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