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도스토옙스키와 제 영혼이 (번역 작업을 통해) 탯줄로 연결된 것 같습니다.”
김정아(56) 번역가는 7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내 최초로 도스토옙스키(1821∼1881) 4대 장편을 완역한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도스토옙스키가 생전에 남긴 저서 중 ‘죄와벌’, ‘백치’, ‘악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4대 장편으로 꼽힌다. 김 번역가가 10년전 ‘죄와 벌’을 시작으로 번역에 착수, 도스토옙스키의 유작이자 마지막 장편인 ‘카라마조프 형제들’까지 완역했다.
완역 도전은 출판사 지식을만드는지식의 박영률 대표의 권유에서 비롯됐다. 박 대표가 그의 이전 편역본을 보고 “도스토옙스키 영혼의 스파크가 느껴진다”며 4대 장편 번역을 제안한 것이다.
김 번역가는 지난 10년 간 이어진 도스토옙스키 번역 프로젝트를 회상했다. 그는 일상 속 시간을 쪼개며 번역 작업에 매달렸다. 패션회사 ‘스페이스 눌’의 대표로 있어 업무시간 외에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그는 “5시에 퇴근하고 8시에 자고 새벽에 일어나서 도스토옙스키와 나의 시간을 가졌다”며 “(죄와벌 번역 이후) ‘백치’ 때는 앉아서 작업하는 대신 서서 허리에 복대를, 목과 손목에 보호대를 차고 진행했다”고 전했다.
김 번역가는 간담회에서 자신을 ‘도 선생님'(도스토옙스키) 전도사라고 소개했다. 도스토옙스키가 자신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특히 도스토옙스키의 4년간 시베리아 유형(流刑) 이후 펴낸 4대 장편에 녹아있는 인류에 대한 연민과 사랑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김 번역가는 “지금 내 모습, 사람과 세계를 바라보는 모습, 인간관계 등 9할이 도스토옙스키 덕”이라며 “내 인생의 나침반이자 방향을 지시해 주고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했다.
그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속에 담겨있는 도스토옙스키의 일생을 소개했다. 그는 “소설의 5장은 둘째 아들 이반 카라마조프의 이야기인데 이는 도스토옙스키의 이성적 자아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5장은 대심문관을 다루기도 하는데, 이반의 입을 빌려 도스토옙스키는 신을 향한 분노와 회의를 묘사한다.
이어 6장은 조시마 장로의 독백으로 구성됐다. 김 번역가는 이를 “도스토옙스키가 후대에 남기는 유언”이라고 설명했다.
김 번역가는 “지옥은 사랑할 수 없는 고통이라는 도스토옙스키의 대명제와 연결되는 부분”이라며 “(그가 생각한) 인류의 중요한 존재법칙이 사랑과 연민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번역에 대해 “감히 말하자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성실한 번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스토옙스키의 개인사, 사상 변화 등을 완전히 이해하고 한 번역은 이전과 다르다고 자부한다”라고도 했다.
김번역가의 이같은 지난 10년 공로를 인정받아 러시아 정부가 수여하는 ‘푸시킨 메달’ 최종 후보에 올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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