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연극과 사랑에 빠진 것 같아요. 데뷔 18년 차인데도 이런 새로운 감정이 드는 게 신기해요.”
배우 최민호가 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가진 라운드인터뷰에서 “공연이 주는 짜릿함을 계속 느끼고 싶다”며 연극 무대에 대한 진한 애정을 드러냈다.
최민호는 지난 5일 개막한 연극 ‘랑데부’에 출연 중이다.
“초반 2, 3회 공연까지는 틀리거나 반응이 없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다”는 최민호는 “많은 분들이 보시면서 함께 웃고 울면서 빠져드는 걸 보니 ‘내가 준비했던 것들이 잘 전달됐구나’ 느껴지는 것 같다. 캐릭터도 더 선명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랑데부’는 로켓 연구 개발자 ‘태섭’과 짜장면집 딸 ‘지희’의 특별한 만남을 그린다.
최민호는 처음 ‘랑데부’의 대본을 봤을 때를 떠올리며 “마법처럼 홀린 느낌이 들었다. 너무 재미있고, 꼭 해보고 싶었다”며 “웃다가 울다가, 또 웃으며 보는데 제 가슴을 울리는 메시지들이 나오는 게 신기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서 서로의 아픔을 인정하고 감싸안아 줬을 때,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것들이 현실로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게 ‘랑데부’의 메시지 같다. 서로의 아픔을 이해한다고 해서 나아지진 않더라도 변화가 생긴다는 메시지도 있다”고 짚었다.
그가 연기하는 ‘태섭’은 아픈 기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기만의 법칙에 스스로를 가둔 로켓 연구 개발자다.
상처가 생기면 혼자 참아내려 했던 성격을 자연스레 ‘태섭’에 담아내고 있다.
최민호는 “이전에는 ‘나는 단단한 사람이니까 아픈 건 혼자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떤 단단함도 결국 부러지더라. 그 이후부터는 아픈 일이 있으면 주변에 말하려고 한다”며 “‘태섭’은 자신의 상처를 절대 말하지 않는다. 그러다 ‘지희’를 만나 한 꺼풀씩 벗겨지는데 그런 부분을 경험에서 녹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에서 ‘태섭’과 ‘지희’는 춤을 통해 마음을 나눈다.
2008년 그룹 ‘샤이니’로 데뷔한 그에게 춤은 자신 있는 분야지만, 이번 작품에선 남다른 ‘춤선’ 때문에 애를 먹기도 했다.
“춤을 못 춰야 하는 캐릭터인데, 못 추는 걸 표현하는 게 힘들었다”며 머리를 긁적인 최민호는 “어정쩡하게 하려고 하는데 몸에 밴 동작들이 있어서 그걸 빼는 게 힘들었다”며 웃었다.
아이돌에서 영화, 드라마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온 그는 지난해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로 연극 무대에 데뷔했다. 이번 ‘랑데부’는 두 번째 연극 도전이다.
최민호는 “어릴 때부터 연극을 하고 싶었다. 배우로서 연극을 하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정말 연극과 사랑에 빠진 것 같다”며 “데뷔한 지 18년 차인데도 이런 새로운 감정이 드는 게 너무 재미있다”고 눈빛을 빛냈다.
첫 연극에서 원로 배우 이순재와 호흡을 맞추며 큰 배움도 얻었다. 그는 “(첫 연극이) 만족도가 너무 높았다. 이순재 선생님과 함께하면서 ‘일을 하고 있지만, 돈을 (받는 게 아니라) 드리고 연극을 해야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걸 배웠다”며 고마워했다.
그러나 연극은 쉽지 않은 무대다. 여러 장르에서 다양한 작업을 해온 그에게도 그렇다.
최민호는 “지금까지 해온 어떤 것보다 연극이 어렵다. 실수가 용납되지 않고, 더 디테일해서 힘들지만 행복감도 크다”면서도 “공연이 끝났을 때의 ‘짜릿함’이 있다. 이런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무대인 걸 알았으니 기회가 된다면 이 짜릿함을 기회가 된다면 또 느끼고 싶다”며 계속 연극에 도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자신의 출발점이 된 ‘샤이니’ 역시 놓칠 수 없긴 마찬가지다. 최민호는 “두 가지를 절대 놓지 않고 이어나가고 싶은 게 제 바람이자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이돌 출신 배우로 연극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편견도 넘어서야 할 부분이다.
최민호는 “당연히 그 부분에 대한 걱정도 있지만,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연극이) 좋아서 계속하고 싶고, 이어 나가고 싶으면 잘 해내야 한다. 그러려면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연을 꼭 봐야 하는 이유로 “나의 증명된 것들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랑데부’는 다음 달 11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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