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농악·사물놀이 등 전통연희를 보면 흥이 나지만, 거기서 끝이 납니다. 그래서 계속 전통이 이어질 수 있는 지점을 고민하면서 대안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전통예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 협업하는 창작 단체 ‘리퀴드사운드’의 이인보 연출 겸 대표는 20일 서울 용산구 프로세스이태원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인간적인 예술’을 추구하면서, 대중에게 전통에 기반한 공연을 통해 다가가고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연출은 “전통연희를 옛날에는 시장에서도 보던 건데 지금은 볼 기회가 없어서 어렵게 느껴지는 것일 뿐, 어렵자고 만든 예술이 아니다”라며 “연희를 통해 사람들끼리 좀 더 가까워지자는 목적이었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대중에게 가까운 게 따로 있을 텐데, 그렇다면 ‘사람들이랑 가까운 것이 도대체 뭐냐’를 고민하면서 공연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리퀴드사운드’라는 단체명에 대해 이인보 연출은 “사운드 하는 친구와 영상을 만들었는데, 차 마시고 커피 마시고, 맥주 마시는 거랑 리듬이 다르다. 공연을 앞두고 팀이름을 무엇으로 할까 하다가 만든 것”이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8월 프랑스 오리악에서 열린 거리극 축제에서 ‘긴:연희프로젝트’를 선보인 리퀴드사운드는 당시 현지 매체 ‘라 몽타뉴’와의 인터뷰에서 “저희 공연은 우리가 듣는 무언가를 만지는 것에 관한 것이다. 감각을 통해 소리를 이해하는 것은 만국 공통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연출은 “처음에는 공연이 실험적이었다”며 “해체를 하고, 악기를 치거나 뺐을 때 어떤지, 빼면 어떻게 하는지? 움직임에 대한 훈련을 하는지? 처음 시도는 대중적이지 않았다”면서 “그러다 이렇게 실험적이기만 하고 우리끼리만 하는 거는 좀 재미없지 않나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연희가 과거에는 무척 대중적이었지만 사실 요즘 시대에는 마니아층 혹은 어르신들 빼고는 보기가 쉽지 않다”며 “그래서 이를 현 시대의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우리가 그걸 다시 만들어냈을 때 대중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리퀴드사운드는 다음 달 25~2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싱크 넥스트 25(Sync Next 25)’ 무대에 설 예정이다.
이번 ‘연희 해체프로젝트 II(Off On)’ 사업은 해체적 실험성을 표방해 전통연희에서 덜어낼 수 있는 것을 선택하고, 덜어내고 남겨진 순수한 전통연희의 DNA를 기반으로 현대 무용수와 협업한 리퀴드 사운드의 두 번째 연희해체 프로젝트다.
여기서 ‘Off와 On’은 각각 ‘떨어지다’, ‘붙다’라는 뜻이다. 전통연희를 현재 시선으로 보기 위해 농악의 형태 및 동작에서 떨어뜨릴 것을 선택하고, 다른 감각을 더해 변형시킨다는 의미다.
리퀴드사운드는 전통과 현대의 경계선을 흩뜨려 놓고, 정갈한 정적 에너지와 현대적 신명에 집중한다.
이날 인터뷰서 심주영 안무가는 “이제 유럽 사람들도 한국의 전통연희를 많이 본 것 같다라는 얘기를 하더라”면서 전통과 다른 새로운 접근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이인보 연출은 “우리 공연에는 EDM(전자음악), 클래식도 있고 전통적인 것도 있다. 여러 가지 맛들이 섞여 있는데, 다양한 감각을 주고 싶은 것”이라며 “종합예술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도 사실 장르를 구분할 수가 없는데 그게 장점이면서 단점이다. 하지만 덕분에 외국에서 현대 무용 축제를 비롯해 거리 축제, 연극 공연 등 여러 군데서 공연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연출은 향후 목표를 묻는 질문에 “관객들이랑 어떻게 만나느냐가 되게 중요하다. 또 전통은 알겠는데 이걸 어떻게 잘 재조합하고 변화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리퀴드사운드는 올해 다양한 축제에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오는 9월 ‘부산 거리예술축제’, 10월엔 ‘서울아트마켓 팜스 초이스’에서 공연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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