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쏟아지는 인기영상 모아보기 🔥

무대 위에 살아난 파이의 여정…퍼펫이 완성한 ‘믿음’의 순간들[객석에서] 3

AD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망망대해에 떠 있는 구명보트 위, 소년 파이와 벵골호랑이 리처드 파커가 서로를 노려본다. 극한의 공포와 생존 본능이 맞부딪히는 긴장감이 무대 위에서 서늘하게 감돈다.

지난 2일 국내 초연을 올린 ‘라이프 오브 파이’는 얀 마텔의 소설 ‘파이 이야기’를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동물원을 운영하던 파이의 가족은 캐나다로 이주하던 중 거센 폭풍을 만나 탑승한 화물선이 침몰한다. 구명 보트에 홀로 살아 남은 파이는 얼룩말, 오랑우탄, 하이에나, 그리고 뱅골호랑이 등 동물들과 227일간 태평양을 표류하며 위태로운 공존을 이어간다.

이미 2012년 이안 감독의 영화가 화려한 영상미로 주목을 받은 만큼, 원작의 거대한 세계가 무대 위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초연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막이 오르자, 장면들은 무대적 장치로 재구성돼 서사에 생동감을 얹는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기대 이상의 생동감을 선사하는 다양한 퍼펫(인형)이다. 실제 동물의 골격과 근육, 움직임을 바탕으로 제작된 퍼펫은 세말한 호흡과 귀 꼬리의 반응까지 담아내며 관객의 시선을 붙든다.

퍼펫티어(인형조종사)가 몸을 숨기지 않는 방식임에도, 관객은 이들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지우고 살아있는 생명체를 바라보듯 몰입하게 된다. 하이에나가 오랑우탄을 습격하는 순간 객석에서 터져나온 탄식은 이 작품이 구현해낸 생동감을 그대로 증명한다.

맨부커상을 받은 원작의 서사는 무대에서도 힘을 잃지 않는다. 조난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파이가 보험사 조사관에게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나, 동물들과 공존했다는 그의 설명은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무엇을 믿을 것인가’라는 질문은 관객에게도 그대로 던져진다. 무대 위의 동물이 결국 퍼펫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공연 속에서 진짜 생명처럼 받아들이게 되는 이중적 경험은 작품이 던지는 ‘믿음’에 대한 질문과도 맞닿아있다.

‘라이브 온 스테이지’라는 새로운 장르를 내세운 작품은 음악과 효과음, 조명과 영상이 결합하며 연극과 뮤지컬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든다. 음악과 시각 효과는 서사의 밀도를 높이며 파이의 여정을 입체적으로 펼쳐낸다.

전막에 걸쳐 파이를 연기하는 박정민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개구진 소년의 표정에서 생사의 벼랑 끝에 선 이의 절박함까지 폭넓은 감정을 유려한 흐름으로 그려낸다. 그의 무대 복귀는 8년 만으로, 파이 역은 박정민과 박강현이 더블 캐스팅됐다.

공연은 내년 3월 2일까지 GS아트센터.
◎공감언론 뉴시스 juhee@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1204_0003428935

AD

함께 보면 좋은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