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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할 수가 없어, 그게 자식의 저주야”…연극 ‘그의 어머니'[객석에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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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아들이 하룻밤 사이에 세 명의 여자를 강간했다. 당신이 그의 어머니라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 할까. 과연 정답은 있을까.

지난 2일 개막한 연극 ‘그의 어머니’는 하룻밤에 세 여자를 강간한 아들의 범죄 형량을 줄이기 위해 애쓰는 어머니의 이야기다.

국립극단의 해외 초연작으로 영국 극작가 에반 플레이시가 집필한 작품이다. 2010년 초연 이후 캐나다 극작가상, 영국 크로스 어워드 신작 희곡상을 받았다.

사건의 시발점은 매튜가 일으킨 범죄다. 그러나 극은 매튜가 저지른 일을 파헤치거나 이유를 찾지 않는다.

대신 가해자의 어머니인 브렌다가 감당해야 하는 가혹한 현실과 내면의 균열을 따라간다.

사건 이후 사람들은 아들을 ‘그렇게 키운’ 어머니 브렌다를 향해 비난을 퍼붓는다. 각종 미디어에는 강간범의 어머니인 브렌다의 얼굴이 도배된다. 마치 세상은 브렌다가 진짜 죄인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극 초반 깔끔하던 집안이 시간이 흐를수록 엉망이 되어가는 것처럼, 잘 나가던 건축 디자이너로서의 일상도 완전히 무너져 내린다.

그 안에서 브렌다는 아들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싸운다. 동시에 어린 둘째 아들 제이슨을 돌봐야 하기에, 그는 필사적으로 버틸 수밖에 없다.

브렌다를 향해 “어머니답게”라는 말이 반복되지만, 무엇이 진짜 ‘어머니다운’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아들을 향한 그의 모성애가 맹목적인 것 만도 아니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매튜와 접촉조차 조심스러워할 만큼, 그는 아들과 거리를 둔다.

“난 매튜가 한 행동을 증오해. 그 애가 한 짓. 근데 매튜는, 미워할 수가 없어. 그게 자식의 저주야”라는 대사 속에 브렌다의 복잡한 심경이 집약돼 있다.

반면 매튜는 가택 연금 중에도 태연하게 운동을 하거나, 잠을 자거나, 동생과 게임을 하는 등 ‘일상’을 보낸다. 그런 그의 모습은 브렌다가 감내해야 하는 고통과 대비된다.

브렌다는 계속해서 궁지에 몰리고, 결국 아들을 향해 분노를 쏟아낸다.

“손톱만큼의 감정이라도 있다면, 그게 뭔지 알아? 증오. 너는 그것 빼고 모든 걸 나한테서 강간해서 빼앗아 갔어…나는 이제 네가 누군지도 모르겠어”라며 울부짖을 때, 관객은 ‘어머니’가 아닌 ‘브렌다’라는 한 인간을 마주하게 된다.

집안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는 어린 아들 제이슨이 등장할 때마다 잠시 걷히는 듯하다.

그러나 제이슨의 천진난만함이 빛날수록 삶의 균열은 더욱 도드라지고, ‘아무 것도 모르는’ 제이슨마저 브렌다에게 반항하는 순간 브렌다의 처지는 더욱 처연해진다.

2018년 ‘낫심’ 이후 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올라 ‘브렌다’를 연기하는 김선영은 모성애와 증오, 죄책감과 분노, 억울함이 뒤엉킨 감정을 2시간 내내 토해낸다. 1막 마지막 장면에서 모든 것을 내던지고 맨몸으로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은 관객의 숨을 멎게 한다.

19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공감언론 뉴시스 juhee@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411_0003136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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