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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리처드 파커 온전히 사랑한단 말, 내게 하는 고백”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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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리처드 파커, 사랑해. 리처드 파커, 너를 온전히 사랑해. 이 대사를 할 때 감정이 무척 묘해요.”

배우 박정민은18일 서울 GS아트센터에서 열린 라이브 온 스테이지 ‘라이프 오브 파이’ 인터뷰에서 작품에 대한 애정과 감정 연기의 어려움을 이렇게 털어놨다.

박정민이 출연 중인 ‘라이프 오브 파이’는 맨부커상 수상 작가 얀 마텔의 베스트셀러 ‘파이 이야기’를 원작으로, 이안 감독의 영화에 이어 무대화한 작품이다. 태평양 한가운데서 구명보트에 남겨진 소년 파이와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가 함께한 227일간의 여정을 그린다.

박정민은 작품을 관통하는 대사로 “리차드 파커, 온전히 너를 사랑해”를 꼽았다.

그는 “과연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늘 헷갈린다”며 “내 옆을 지켜준 호랑이에게 하는 말인지, 아니면 스스로에게 건네는 말인지 연기하면서도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이 대사를 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가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대사는 마지막 장면의 “그렇군요, 감사합니다”이다. 이는 극 중 파이가 오카모토와 루루 첸에게 동물이 등장하는 이야기와 사람이 등장하는 이야기 중 어느 쪽 이야기가 더 나은지 묻고, ‘동물이 나오는 이야기’라는 답을 들은 뒤 파이가 건네는 말이다.

박정민은 “그 대사를 할 때 파이를 연기한 배우가 아니라, 파이를 바라보는 내가 된 느낌”이라며 “2시간 동안 살아남기 위해 들려준 이야기, 제발 믿어달라는 한 소년의 절규와 염원이 담긴 대사”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답을 듣는 순간 너무 고맙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에게도 소중한 말”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가장 어려운 대사로는 ‘바나나 떠나나’를 들었다. 영국 원작에는 ‘바나나 스플릿’으로, 현지에서는 일종의 아재 개그처럼 받아들여지는 장면이다.

그는 “우리나라 관객들은 ‘바나나 스플릿’을 잘 모른다”며 “개인적으로 그 대사가 너무 싫어서 기세와 개인기, 호흡으로 어떻게든 웃겨보려고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막바지까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서 나온 대사가 그거였다”며 “같잖은 애드리브처럼 보일까 봐 할 때마다 두렵고, 어떻게 살릴지 계속 고민 중이다. 아직 정답은 못 찾았지만 조금씩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도서, 영화, 무대까지 상업적·예술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발간 약 1년 만에 맨부커상을 수상했고, 전 세계 50개 언어로 번역돼 1500만 부 이상 판매된 21세기 대표 현대 고전으로 꼽힌다.

박정민은 이 작품을 소설보다 영화로 먼저 접했다. 그는 “영화를 공부하던 시절 친구들 사이에서 유명했던 작품이었다”며 “공연하면서 소설을 읽고, 연출자와 해외 제작진과 이야기를 나누며 작품에 더 가까워졌다”고 했다.

그는 “당시 영화는 컴퓨터 그래픽 완성도가 굉장히 높았다”며 “이야기보다는 만듦새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극 중 파이가 들려주는 두 이야기 중 어떤 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처음에는 두 번째 이야기가 사실일 것이라 생각했다”며 “하지만 공연을 하며 해석하다 보니 어느 쪽이 진실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고백했다.

이어 “내년에 마흔을 앞두고 의심도 많아졌지만, 계속 연습하고 출연진·연출진과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이 달라졌다”며 “공연하면서도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돼 이 작품이 더 좋아졌다. 기억과 상처를 더 다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믿음’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그는 “종교에 대한 개념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이전에는 내 삶과 무관한 영역이었는데, 이 작품을 하며 왜 사람에게 종교가 필요한지 깊이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너무 힘들면 종교를 가져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사람에게 종교는 생각보다 더 의미 있고, 무겁고, 대단한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연기 철학은 변하지 않았다. 그는 “연기에 대한 생각이 바뀐 건 별로 없다”며 “상상력으로 연기해야 하는 게 어렵지만, 상대 배우들과 퍼펫티어들을 믿고 약속된 동선과 시간을 신뢰하며 연기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눈물이 많은 편은 아닌데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는 감정이 주체되지 않을 정도로 울게 돼 스스로도 신기하다”며 “동료 배우들과 교류하는 눈빛을 보면 감정이 갑자기 격앙된다. 함께하는 동료들을 믿고 가면 두려울 게 없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1218_0003446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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