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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한강 ‘소년이 온다’는 걸작…영화로 옮기고 싶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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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그 작품은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첫 챕터만 읽어봤을 때 너무 잘 썼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이건 걸작이구나’라고 생각했죠.”

박찬욱 감독은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영화화하고 싶은 한국 소설로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박 감독은 이날 신형철 문학평론가와 함께 ‘작가와의 만남’ 행사에 참여했다. 박 감독이 등장하자 행사장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강연은 ‘박찬욱 감독의 믿을 구석’을 주제로 박 감독의 각색 과정, 캐릭터 구상 등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박 감독은 ‘다시 각색하고 싶은 한국 작품이 있느냐’는 질문에 “만들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기분 좋은 희망 같은 것”이라며 “‘토지'(박경리)나 ‘관촌수필'(이문구), ‘외딴방'(신경숙)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와 ‘남한산성’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내비쳤다.

“그런 영화도 좀 생각해 봤어요. 김훈 선생의 ‘칼의 노래’와 ‘남한산성’을 하고 싶은데요. 제가 생각하는 ‘칼의 노래’는 김훈 선생의 문체를 흉내 내고 싶어요. 엄격하고 단정하고 서늘하고 건조하며 감상이 끼어들 틈이 없는 스타일을 가지고 영상으로 옮기고 싶어요. 다만 투자 받기는 어렵겠죠.(웃음)”

박 감독은 책에 등장하는 캐릭터나 사건 등이 영감을 준다며 원작의 힘을 강조했다. 그는 “‘공동경비구역 JSA'(2002) 이후 많은 영화를 만들었지만 그만큼 흥행한 작품은 없었다”며 “원작이 굉장히 좋은 소재를 제시해줬고, 제가 각색을 했지만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남북한 병사들의 우정과 JSA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세밀하게 제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품마다 다르지만 캐릭터나 스토리에서 영화화하고 싶은 느낌을 받는다”며 “‘헤어질 결심'(2022)의 경우 각색한 작품은 아니지만 스웨덴 범죄 소설 속 캐릭터에 반해서 시작했다. 나중에는 ‘원작 판권을 사야겠구나’ 싶었는데 이야기를 쓰다 보니 다른 곳으로 가서 돈을 절약했다”고 덧붙였다.

원작을 영화로 옮기는 과정도 직접 소개했다. ‘올드보이'(2003)는 이유도 모른 채 시설에 10년 동안 갇힌 남자의 이야기라는 설정이 흥미로웠고, 에밀 졸라의 소설 ‘테레즈 라켕’을 뱀파이어 장르로 각색해서 만든 ‘박쥐'(2009)는 원작과 자신이 쓴 시놉시스를 결합한 사례라고 밝혔다.

‘아가씨'(2016)는 세라 워터스의 ‘핑거 스미스’를 읽은 동안 생각한 결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구체적인 방법은 함께 작업한 정서경 작가와 이야기 하면서 찾아냈지만 (영화의) 방향성은 이미 책을 3분의 2 정도 읽었을 때 정해졌다”고 말했다.

문학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박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책을 가까이 했다. 르 카레의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를 읽고 전율을 느꼈고, 에밀 졸라의 문장을 읽고 “내가 소설가가 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다면 이렇게 썼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W G 제발트의 ‘아우스터리츠’를 읽고서 “흥미진진한 독서가 됐다. 정말 마성의 작가”라고 감탄했다.

책을 읽으며 그가 밑줄을 그은 문장들은 곧 영화의 소재가 된다. 박 감독은 ‘박쥐’의 원작인 ‘테레즈 라캥’에서 ‘퐁네프 회랑은 산책을 할 만한 장소는 아니다. 몇 분을 빨리 가느라 그 길을 지날 뿐이다’라는 문장에 줄을 그었다며 “별 것 아니지만 꽂힌 것들이 많다”고 했다.

박 감독은 원작을 들고 영화를 찍는 것이 영화와 비슷하다고 했다. 미리 계획한 여행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는 것처럼 영화 또한 그러하다고 강조했다.

“미리 예약하고 동선을 다 짜 놓은 여행도 막상 가면 변수가 생기잖아요. 영화도 그래요. 원작을 들고 각색을 시작했는데, 애초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곳에 가 있는 그런 결과를 만날 때가 있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zooey@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620_000322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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