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유희석 기자 =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전기차 배터리에 필수적인 리튬, 코발트, 흑연 등 핵심 광물의 글로벌 공급망이 심각한 불안정에 직면하고 있다.
자원 주권을 강화하려는 주요국들은 잇따라 아프리카로 진출해 자원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으며, 공급망 다변화가 전 세계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한국도 배터리 산업의 기술력과 지속가능성을 무기로 삼아, 아프리카와의 전략적 협력 확대에 나서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4일 발표한 ‘아프리카 광물 확보 경쟁 속 주요국 전략과 한국의 대응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는 리튬, 코발트, 흑연, 망간 등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광물이 풍부한 지역이다.
대표적인 자원 부국으로는 코발트 매장량 1위의 콩고민주공화국, 망간 1위의 남아프리카공화국, 흑연 3위의 마다가스카르, 리튬 7위의 짐바브웨 등이 꼽힌다.
특히 아프리카는 풍부한 자원뿐만 아니라 젊은 노동력과 산업 육성 의지도 갖춘 지역으로 주요국 간 진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은 2000년대 이전부터 외교부장의 첫 해외 순방지로 아프리카를 택하는 전통을 이어왔으며, 일대일로 이니셔티브(BRI)를 통해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은 광물안보파트너십(MSP) 등 다자 협력체를 기반으로 우방국과 공동 진출을 추진 중이고, 유럽연합(EU)은 지속가능성을 앞세워 ‘로비토 회랑’ 등 수송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다.
일본은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를 중심으로 기술 지원을 강화하고 종합상사를 통한 지분 투자도 확대 중이다.
보고서는 한국이 자본력과 외교력 면에서는 미국·중국보다 약세지만, 세계적인 배터리 제조 기술력과 견고한 산업 공급망, 높은 지속가능성 평가를 바탕으로 아프리카와 상호보완적 협력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 ▲자원 부국 대상 고위급 순방 확대 ▲가봉·남아공 등과의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 조속 체결 ▲기술력 기반 동반성장 협력 모델 추진 ▲정부의 연속적 광물 개발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소영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우리 배터리 산업이 중국의 공급망 통제와 미국의 탈중국 정책이라는 이중 리스크에 놓인 상황”이라며 “아프리카는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으며, 주요국과의 경쟁 속에서 장기적이고 일관된 정책 지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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