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서울 아파트 신규 분양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관망세로 돌아선 탓이다. 특히 지난해와 비교해 분양 물량이 급감하고, 당분간 불안정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서울 민간아파트 신규 분양 물량은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2월 말 기준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신규 분양 물량은 한 건도 없었다. 지난 2023년 1월 이후 2년여 만이다.
최근 서울 아파트 신규 분양 물량은 감소세다. 지난해 11월 2968가구로 정점을 찍은 뒤 ▲12월 800가구 ▲지난 1월 428가구 ▲ 2월 0가구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분양 성수기로 꼽히는 이달에도 서울에 예정된 일반분양 물량이 없다.
실제 지난달 분양이 예정된 아파트 중 실제 분양한 실적이 10가구 중 4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분양 예정 물량 총 1만2676가구 중 실제 분양이 이뤄진 단지는 총 5385가구로, 공급 실적률은 42%에 불과했다. 직방이 지난 1월31일 조사한 분양예정 물량을 지난달 27일 재조사한 결과다.
전국적으로도 감소세가 뚜렷하다. 지난 2월 기준 전국 신규 분양 민간아파트 물량은 총 2986가구로 전월(2742가구)보다는 244가구 늘었지만, 전년 동월(1만 9272가구)과 비교해서는 84%나 급감했다.
직방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 지속으로 수요자들의 청약 심리가 위축됐고, 건설사는 분양 일정을 신중하게 조정했다”며 “전년보다 공급 예정 물량이 감소했음에도 실적률 성적은 저조했다”고 설명했다.
분양업계에선 3월 분양 성수기에도 분양 실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통상 3월은 새 학기와 봄 이사철이 겹치는 분양 성수기다. 하지만 경기 침체 및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주택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찬바람이 불고 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고금리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공사비가 급등한 데다, 탄핵 정국 이후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적절한 분양 시기를 고민하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수요에 맞는 적절한 신규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권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일부 단지에서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면서 주택 매수세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다만 서울 외곽 지역과 수도권, 지방은 여전히 거래가 위축된 상태로 지역별 양극화가 극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권 교수는 “신규 주택 공급 부족이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 한해 집값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며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수요에 맞는 적절하고, 지속적인 주택 공급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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