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한국 대중음악 시장에서 성장서사의 문법이란 무엇인가.
밴드 ‘큐더블유이알(QWER)’은 그건 일종의 믿음이라는 걸 보여준다.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에서 콘셉트를 따온 유튜브 콘텐츠 ‘최애의 아이들’을 통해 결성된 QWER은 서브컬처로 통했던 일본 문화를 대세 문화가 된 밴드 장치에 녹여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하는 힘을 지녔다.
9일 발표한 미니 3집 ‘난 네 편이야, 온 세상이 불협일지라도'(난네온불)는 이런 콘셉트 화음의 절정을 보여준다.
보컬 시연은 이날 앨범 발매 전 서울 서대문구 예스24 원더로크홀에서 열린 ‘난네온불’ 간담회에서 “저희는 각자 다른 삶을 살아오다 밴드로 함께하게 됐죠. 처음엔 ‘불협'(discord)이라는 단어로 앨범을 냈지만, 그 불협 속에서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완성했다”고 강조했다.
미니 1집 ‘마니또’ 타이틀곡 ‘고민중독’, 미니 2집 ‘알고리즘스 블러썸(Algorithm’s Blossom)’ 타이틀곡 ‘내 이름 맑음’을 잇는 이번 앨범 타이틀곡 ‘눈물참기’는 이 팀의 한 챕터 속 3부작을 마무리하는데 제 격이다. 데뷔곡 ‘디스코드’는 화음을 쌓기 위한 불협의 판을 까는 일종의 프리퀄이었다.
경쾌하면서도 청량한 밴드 사운드에 서정적인 노랫말을 더한 작법은 여전한데, 멤버 전원이 작사에 참여해 진정성까지 획득했다.
뮤직비디오 역시 이전 곡들 뮤직비디오 줄거리와 분위기를 계승한다.
쵸단, 마젠타, 히나, 시연 네 멤버는 각자의 삶에서 때로는 불안감과 무력감에 빠진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또 하루를 버텨낸다. 빗속에서 펼치는 밴드 퍼포먼스는 이를 압축하는 은유다.
일본에서 맑은 날씨를 기원하는 인형 데루테루보즈가 ‘눈물참기’ 뮤직비디오 초반 창에 매달려 있는 건 우연이 아니다. 전작의 콘셉트는 ‘하레온나'(はれおんな·晴れ女)였다. 하레온나는 외부 활동을 해야 하는 중요한 날 높은 확률로 날씨가 맑은 경우, 축복을 받았다는 의미로 여자, 즉 ‘맑음 소녀’를 가리켜 부르는 별명이다.
QWER의 정서를 거칠게 압축하면 눈물 참고 달리기다.
달리기는 물리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한 사람이 끝까지 가보는 행위의 예행 연습 중 하나다.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나 놀라게 만드는 게 전력질주인데, QWER 멤버들은 이번 ‘눈물참기’ 연주가 가장 난도가 높다며 절치부심을 강조해 자신들의 노력에 대한 공감대를 넓힌다. 각종 페스티벌에서 꾸준히 연주해온 멤버들을 아는 팬덤 ‘바위게’라면 이들의 연주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걸 깨닫게 혹은 믿게 된다.
결국 이건 QWER 풍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수렴한다.
히나는 “이번 앨범을 통해 ‘Q팝’이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이 노래 QWER 노래 같다’는 이야기를 하신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마젠타는 “‘믿듣Q’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네 멤버는 그러면서 언젠가 미국 최대 음악 축제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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