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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타버린 향단의 사랑과 집착…국립국악원 무용극 ‘춘향단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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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막이 오르면 온통 붉은 색이다.

붉은색 LED 화면을 배경으로 붉은 의상을 입은 무당이 굿판을 벌이고 있다. 춘향의 어머니 월매가 딸이 기생이 되지 않도록 빌기 위해 무당을 찾은 것. 월매 뿐 아니라 향단도 자신의 소망을 품고 빌지만, 이들을 삼킬 듯이 일어나는 불길이 예사롭지 않다.

13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춘향전’을 새로운 시각으로 각색한 무용극 ‘춘향단전’ 프레스콜이 열렸다. 춘향전에 ‘붉은 단(丹)’자를 더해 공연 제목에서부터 향단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원작보다 더 불같은 사랑을 그리겠다는 의도를 담았다.

1막 첫 장면도 붉은 색 이미지가 입혀진다. 하지만 신관사또가 부임하면서 무대는 급변한다. 꽃문양이 박힌 화사한 한복을 입은 무희들이 봄의 향기와 같은 춤을 선보인다. 곧이어 신하들이 깃발을 들고 북을 ‘둥둥둥’ 치자, 사또의 부임행차가 재현됐다.

대사가 없는 무용극이지만, 남성 무용수들의 북춤(도열춤)과 국악관현악단의 웅장한 연주가 어우러지며 조선시대 왕의 행차를 보듯 힘과 권위가 느껴졌다.

춘향과 몽룡은 그 유명한 ‘그네 씬’에서 조우한다. 광한루의 그네 아래, 몽룡은 춘향에게 빠져들고, 두 사람 간에 사랑이 싹튼다. 여기까지는 고전 ‘춘향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몽룡이 춘향의 쓰개치마를 쓴 향단을 춘향으로 착각해 향단과 입을 맞추면서 이야기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향단은 몽룡을 향한 사랑의 감정이 생기면서 춘향에겐 질투를 느낀다. 향단이의 행동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몽룡은 조심 좀 하지, 향단의 마음에 왜 불을 질러가지고!’라는 안쓰러운 마음도 든다.

하지만 춘향과 몽룡, 변학도의 성격은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춘향과 몽룡의 지고지순한 사랑은 여전하고 향단은 원작에서보다 훨씬 더 처연하게 그려진다.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춘향과 몽룡이 첫날밤을 맞이할 때다. 술상을 치우며 그 모습을 지켜보는 향단의 마음은 질투와 슬픔으로 까맣게 타들어간다.

원전에서 춘향에 가려있던 향단이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이 된다는 설정은 굉장히 신선했다. 신분의 한계 때문에 감히 몽룡을 꿈꾸지도 못했던 향단이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인물로 묘사한 것이다. 아울러 등장 인물들의 심리를 묘사하는 국악기 소리가 시의적절하게 울리며 관객들의 공감을 샀다.

이날 국악관현악단은 소금과 대금, 피리, 해금, 가야금, 거문고, 소아쟁, 대아쟁, 타악기 뿐만 아니라 콘트라베이스, 첼로 등 양악기와 함께 라이브 연주를 들려주며 무용극에 숨을 불어넣었다. 거문고·가야금의 아름다운 선율과 대금·피리 등의 음색이 향단의 구슬픈 심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무용극은 여타 고전을 재해석한 작품들보다 ‘한국적 느낌’이 훨씬 더 깊었고, 웅장함이 남달랐다. 여기엔 국악관현악의 연주가 한 몫 했다.

몽룡을 향한 향단의 마음은 급기야 광기로 발전한다. 그러나 몽룡의 눈은 오직 춘향만을 바라본다.

춘향이 갇힌 옥으로 향한 향단. 손에 들린 횃불을 던져버리며 그녀는 불길과 함께 사라진다. LED 영상으로 동헌이 불 타오르는 모습이 나오는데, 섬세한 무대 오브제와 조명, 음악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생생한 모습을 연출한다.

이밖에도 ‘춘향단전’에는 볼거리가 많다. 강강술래를 모티브로 한 군무나 여성들의 화려한 검무, 기생춤, 한삼춤 등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성들이 일렬로 선 뒤 원을 그리며 도는 장면에서는 ‘아름답다’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날 춘향 역은 이하경 무용단 단원, 향단 역에 이도경 부수석, 몽룡 역에 윤종현 단원, 학도 역은 정현도 단원이 맡았다.

향단의 시각을 담은 ‘춘향단전’은 오는 14~16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펼쳐진다.
◎공감언론 뉴시스 dazzling@newsis.com


– 출처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1113_000340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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