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춤을 춰보지 않은 아이라 해도 몸을 움직일 때 감정도 같이 움직여 주는 아이들을 봅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해외협력 안무가 톰 호지슨은 31일 서울 서초구 신시컴퍼니 연습실에서 열린 파이널 오디션 – SHOW & TELL에서 “빌리를 찾을 때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게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처음 시작할 때 기술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감정적인 부분과 함께 스파크(열정)을 갖고 있는 아이를 찾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톰 호지슨 안무가는 “뭔가 열정이 있고 하고 싶은 마음이 있고, 움직임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찾아낸다든지, 그런 가능성이 높으면 이건 가르칠수 없는 영역”이라며 “(가능성 있는) 그런 아이를 찾으면 저희 창작진들과 한국의 코치들이 더욱 발전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빌리 엘리어트’ 제작진은 지난해 9월 20~25일 1차 오디션을 열고 빌리와 마이클 지원자들을 선정했다. ‘빌리 엘리어트’ 역은 2013~2016년 출생(만 8~12세), 150㎝ 이하의 키, 변성기가 아직 오지 않았고, 춤과 노래, 연기에 관심과 재능이 있는 소년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빌리’ 역은 1년간 3차에 걸친 오디션, 50주간 ‘빌리 스쿨’에서 진행되는 기본기 및 테크닉 훈련, 공연 연습 13주, 무대 연습 3주, 이렇게 약 1년 6개월의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거쳐 비소로 ‘빌리 엘리어트’라는 꿈의 무대에 오를 수 있다. 긴 시간 오디션과 트레이닝을 거치는 이유는 주인공 ‘빌리’가 무대에서 연기하고 춤추는 시간이 전체 러닝타임 160분의 90%가 넘는 140분 이상으로 엄청난 무게를 가진 배역이기 때문이다.
빌리 역에는 139명, 마이클 역에 117명이 지원했으며, 이들 중 빌리 4명, 마이클 8명이 1차적으로 선정됐다. 이후 11월과 올해 2월 진행된 추가 오디션을 거쳐 빌리 역에 7명, 마이클 6명이 최종 후보로 뽑혔다.
빌리 엘리어트 국내협력 연출가인 이재은은 “최근 (관련 분야 경력을 가진) 경력자들의 지원이 많아졌다”며 “경력 있는 아이들이 많이 오기는 하는데, 그 경력이 빌리를 뽑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진 않다. 신선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에드 번사이드 해외협력 연출가는 “완전히 동의한다”며 공감을 표했다.
또한 최근 들어 발레 전공자들의 지원도 줄어들고, 이날 최종 오디션 ‘Show & Tell’ 무대에 오른 이들 중에는 발레 전공자가 없었다고 제작진은 설명했다.
그러나 빌리 엘리어트 국내외 스태프들은 빌리 역 지원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 색깔과 특징이 다르다”면서 칭찬했다.
신현지 국내협력 안무가는 “이번에 특별한 점은 아이들이 자신만의 성향이 아주 뚜렷했다는 것이다. 체형도 다르다”며 “(최종 후보자 선정) 마지막까지 누가 올라갈지 모르겠다”고 했다.
톰 호지슨 해외협력 안무가는 “정말 다른 아이들인데, 각자 다른 방식으로 재능이 많다. 굉장히 재미있는 과정”이라고 호감을 드러냈다.
에드 번사이드 해외협력 연출가는 “저희는 빌리를 똑같이 정해놓고 똑같이 로봇처럼 만드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오디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 대해 잘 알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이날 빌리와 마이클 역 최종 후보로 무대에 오른 13명은 지난해 10월부터 진행된 ‘빌리 스쿨’에서 갈고 닦은 춤과 노래를 취재진들 앞에서 유감없이 발휘했다.
처음에는 우아한 발레 동작을 보여주다가 스트릿 댄스와 탭댄스를 추며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빌리 역 후보자인 7명의 아이들이 “뜨거워진 내마음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내 안의 내 모습”이란 가사를 부르며 합창할 때에는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모습에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열정과 끼, 사랑스러움을 보여준 자리였다.
박다온 학생(8)은 사전 인터뷰에서 “빌리 스쿨에서 탭을 처음 배웠는데 어렵기도 하면서 재밌어서 계속 취미로 하고 싶을 정도예요. 최종 오디션에 합격한다면 더 열심히 할 거예요! 꼭 합격해서 저의 귀여운 마이클 보여 드릴게요”라고 전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2000년 개봉해 아카데미상 후보로도 올랐던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2005년 3월 31일 런던 빅토리아 팰리스 시어터에서 초연됐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 2017년, 2021년 세 시즌 공연됐다.
1984~1985년 광부 대파업 시기의 영국 북부 지역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복싱 수업 중 우연히 접한 발레를 통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꿈을 찾아가는 소년 ‘빌리’의 여정을 담았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연출인 스테판 달드리가 연출을, 엘튼 존이 음악을, 그리고 영국 최고의 안무가로 자리매김한 피터 달링이 안무를 맡았다.
최고 뮤지컬상을 포함한 총 5개의 올리비에상과, 역시 최고 뮤지컬상, 연출상을 포함한 10개의 토니상 등 전 세계적으로 공연에 주어지는 80여 개의 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빌리 스쿨’을 통해 최종적으로 선발된 4명의 대한민국 빌리와 함께하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내년 4월 14일~7월 26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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