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시스]김민지 기자 = “얼음 위에 쓴 꿈은 봄이 되면 꽃이 됩니다”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건물 12~13층 외벽에 가로 27m 세로 8m 크기로 만들어진 ‘부산문화글판’에 적혀 있는 문구다. 짧은 시구 같은 이 문구는 계절마다 그 내용을 바꿔가면서 시청을 방문하는 사람에게나 인근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따스한 위로와 희망을 전하고 있다.
동시에 이는 매번 시민이 공모를 통해 참여한 것 중 선정된다는 점에서 시민과 두터운 교감의 수단이 되고 있다.
부산문화글판의 시작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시는 ‘딱딱한’ 관공서의 이미지를 지적받고 이를 벗어날 방법을 고민했다. 시민과의 ‘감성 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시는 건물 외벽에 감동과 희망, 용기를 주는 문구를 걸기로 결정했다.
이후 시는 한 달간 시민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했다. 첫 공모에 접수된 작품은 총 237개. 시는 언론계, 학계, 문화예술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통해 최종작을 선정했다.
2010년 겨울, 첫 글판이 시청사에 내걸렸다. “이 세상이 당신이 있어 내가 행복한 것처럼 당신에게 나도 행복한 사람이고 싶다”가 바로 그것. 연제구의 한 시민이 추천한 문구로, 김용택 시인의 ‘당신의 앞’에서 발췌됐다.
맨 처음 문구를 맞닥뜨린 시민 몇몇은 낯섦을 표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내 대다수 시민은 ‘문구 하나로 시청이 달라 보인다’ ‘시청이 따듯해졌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렇게 시작된 부산문화글판은 십 수년간 각양각색의 문구로 채워졌다.
계절의 내음을 물씬 풍기는 “입이 없어 잎으로 말하는 가을나무 어느새 대문 앞에 수북해진 이야기”(2014년 가을作), “겨울밤 하늘에 입김 불어본다 우리 숨이 이리 깊고 따듯했구나”(2017년 겨울作), “그늘 한 조각 바람 한 자락 한여름에 맞추는 희망 퍼즐”(2022년 여름作) 문구부터
부산의 지명이 포함된 “영도다리 뱃고동에 마음 설레면 봄인기라 맞제?”(2021년 봄作), “금정산 자락 저 봄바람 ‘힘내!’ 나무마다 어깨 툭툭 치며 온다”(2022년 봄作), “부산애(愛) 가을이 오다 가을애(愛) 부산을 오다”(2024년 가을作),
삶의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듯한 “나라고 왜 못 하겠나 저 여린 풀도 언 땅을 뚫었는데”(2016년 봄作), “더디 여물어도 괜찮아!”(2017년 가을作), “먼저 핀 목련꽃 부러워 말라 머지않아 너도 한창일 테니”(2019년 봄作), “산다는 건 부딪혀 깨져도 파도처럼 다시 일어서는 거야”(2020년 여름作)까지.
현재까지 시는 총 55차례의 공모를 진행했고, 앞으로도 부산문화글판 게재를 이어 나갈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사계절마다 공모를 진행하다 보면 매년 봄에 응모작 수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날이 비교적 따뜻해지면서 시민들의 창작 욕구도 늘어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고 웃음을 지었다.
겨울을 지나 봄 햇살이 드리우는 오는 3월 초면 올해 부산문화글판 봄판 문구를 만날 수 있다. 올봄에는 또 어떤 글귀가 부산시청 앞에서 우리를 반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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