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포스코그룹에서 또 다시 유해 가스 흡입 추정 사고가 발생했다. 장인화 회장을 필두로 그룹 차원에서 산업 안전 강화에 나섰지만, 불과 보름 만에 또 다시 중대 사고가 재발해 포스코그룹의 산업재해에 대한 부담이 더 커졌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경북 포항 포스코 제철소 스테인리스(STS) 4공장에서 슬러지(찌꺼기) 청소를 하던 근로자 총 6명이 일산화탄소로 추정되는 가스를 흡입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3명은 응급 조치로 심박은 회복됐지만 중상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3명은 부상은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사고는 지난 5일 같은 제철소 스테인리스 압연부 소둔산세공장에서 포스코DX(IT 엔지니어링 기업) 하청업체 직원 1명이 유해물질로 추정되는 기체를 흡입해 사망한 지 보름 만에 불거졌다.
올 들어 포스코그룹에서는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포항제철소 냉연 공장에서 정비 자회사 포스코PR테크 직원이 수리 작업 중 사망했고, 지난 7월에도 광양제철소 배관 철거 작업 중 공사 업체 직원이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7월 당시 이 추락 사고를 언급하며 “산업재해 내용을 보면 ‘아직도 이런 사고가 발생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포스코그룹의 계열 건설사인 포스코이앤씨에서는 올해 5번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서도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며 강도 높게 언급했다.
포스코그룹은 포스코이앤씨의 5번째 사고 직후인 7월31일 안전관리 혁신계획을 발표했다.
장 회장 지시 아래 그룹 안전특별진단 테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외부 전문가 의견을 포함해 그룹 차원에 안전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장 회장의 이후 행보도 산업 안전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와중에 지난 8월4일 포스코이앤씨의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또 다시 작업자가 의식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고, 장 회장은 현장을 찾아 안전 대책 마련 회의를 개최했다.
이후에도 포스코그룹은 그룹 차원의 안전 특별점검 회의를 주재하고, 장 회장이 9월에 유럽으로 직접 건너가 안전 전문 컨설팅 기업인 SGS와 협력 방안도 마련했다. 당시 장 회장은 안전혁신·미래전략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세계철강협회에서도 스마트 안전체계 구축을 강조했다.
장 회장은 잇단 사고를 수습하고, 예방 대책을 마련한 뒤 지난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에서 기조연설에 나서며 대외 경영 무대에 복귀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또 다시 사고가 발생하며 회장이 나서서 대책 마련을 촉구했는데도, 포스코그룹의 국내 사업장 안전 문화 확립이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들린다.
재계 관계자는 “장 회장이 정부의 지적 이후 3개월 이상 산업 안전 행보를 했는데도 사고가 또 발생했다”며 “그룹 차원에선 사고 재발 방지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고 하지만 중대재해 사고를 막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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