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목표는 (가짜 상속녀)애나 소로킨을 묘사하는 데 있지 않았습니다. 작품의 주제는 그 사람의 범죄 행위 보다 그가 상징하는 사회적 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연극 ‘애나엑스’의 김지호 연출이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다.
‘애나엑스’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나 만들기’를 통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실존 인물 애나 소로킨의 실화를 바탕으로 창작된 연극이다. 2021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됐고, 국내에서는 지난달 28일 개막했다.
김 연출가와 배우들은 5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이번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에 대해 밝혔다.
부유한 상속녀로 사람들을 속이는 애나는 작품 내내 흰 티와 청바지의 단출한 차림이다. 이는 김 연출가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와 맞닿아 있다.
김 연출가는 “인물 표현은 최대한 간결하고 절제돼 있도록 하고, 주변 환경을 화려하게 한다는 것이 목표였다”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라는 세상 혹은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있는 겉치장에 대한 이야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의상 자체는 간소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소박한 옷차림을 한 주인공 대신 스마트폰처럼 꾸며진 무대의 영상은 다양한 화면을 보여준다.
실존 인물이자 범죄자를 다룬다는 점에서 연출가의 고민은 깊었다.
김 연출은 “중립을 지키려고 애썼다. 현실 인물을 묘사하고 평가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으로 상징되는 우리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그 점을 계속 주지하며 작품을 만들었다”며 “많은 사람이 겪고 있는, 나의 여러 가지 모습 중 이 사건과 맞닿아 있는 점을 찾아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걸그룹 출신의 배우 김도연과 드라마, 영화 등에서 많은 작품을 소화한 배우 이상엽은 이번 무대를 통해 연극에 처음 데뷔한다. 지난해 뮤지컬 무대에 섰던 원태민도 연극은 처음이다.
김도연은 “관객들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오니 새롭다. 처음엔 긴장되고, 관객들과 경계가 느껴졌지만 진행될수록 연결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고 첫 연극 무대에 오른 소감을 밝혔다.
이상엽은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던 시기였다”면서도 “무대에 올라온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오롯이 ‘아리엘’로 서 있는 게 처음엔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관객분들이 주시는 힘이 있더라.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느껴주시는 것에 힘을 받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내 인생 페이지의 새로운 시작이기 때문에 많이 떨린다”고 했다.
드라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다 약 10년 만에 다시 연극 무대 선 한지은은 “같은 연기지만 굉장히 접근 방식이 다르다”며 “앞으로 매체 연기를 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되고, 더 넓은 시야로 볼 수 있는 배움의 장이 될 것 같아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트리플 캐스팅인 만큼 배우들은 저마다 다른 매력을 뿜어낸다.
이상엽은 “한 캐릭터를 세 명이 연기하면서 약속된 부분이 있지만, 각자 캐릭터도 살아있다”며 “‘연우 애나’는 당돌함이 잘 표현되고 있다. ‘지은 애나’는 발랄한 애나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도연 애나’는 자유로운 애나의 모습이 느껴졌다”고 상대 배우들을 평했다.
애나 소로킨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드라마로 소비됐지만 ‘애나엑스’가 가진 차별점에 대해 제작진과 배우들은 자부심을 드러냈다.
김 연출은 “감히 넷플릭스 드라마와 우리를 비교하겠나”라면서도 “애나 소로킨이 어떻게 살았고, 무엇을 생각하고 살고 있든 그 사람이 남긴 부스러기들이 우리 삶에서 어떤 의미로 작용할 지에 대해 고민하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이상엽은 “본질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미지에 집중하면서 그걸 본질이라고 이야기하는 우리의 일상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한다”며 “‘내가 아리엘이나 애나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느낌의 작품이다. 여러분들이 꼭 오셔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애나엑스’는 다음 달 16일까지 LG 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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