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작가 인생은 다이어트다.”
‘도넛 작가’로 주가를 올린 김재용(50)작가가 1년 만에 날씬하게 나타났다. “작년보다 20Kg 빠졌다”는 그는 “도넛 작품을 제작하면서 절로 다이어트가 됐다”고 했다. “이번 전시는 사람 만나고 먹는 시간을 다이어트 한 결과”라며 반짝이는 도넛을 앞세워 밝고 환한 긍정의 미학을 전했다.
26일 서울 삼청동 학고재에서 개막한 김재용의 개인전 ‘런 도넛 런(Run Donut Run)’은 반짝임과 현란함이 충만하다.
‘도넛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무명 시절을 건너왔다. 교수 생활을 하며 작가 활동도 병행하는 그는 어느 날 작가로서 스스로 인정했다. “몇 년 전 구글에 내 이름이 떠 감동 받아 3시간을 울었다. 그날은 수업도 하지 못했다. 혼자 양 어깨를 안고 ‘잘했어 잘했어’를 되뇌었다.”
그러자 더 힘이 생겼다. “너무 나한테 인색하지 않나. 잘했다는 것에 대해 칭찬을 해줘야 하는구나. 감사하고 즐거워하자 생각하니 계속 달리는 힘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이번 전시에 스테인리스 스틸로 무리 지어 나온 ‘수고했어! You Did Well!’ 작품 탄생 배경이다. 높고 낮은 스테인레스 스탠드에 올려진 도넛 조각들은 작가의 ‘트로피’로, 그의 목표를 향한 욕망과 성취를 반영했다. 또한 미국에서 한국으로 귀국해 갈등하던 ‘옳고 그름’이 아닌 다양성을 인정하는 ‘다름’이라는 것을 알아채면서 다채로운 모습의 작품에 서로가 격려하는 응원의 마음도 담아냈다.
지난 15년 간 도넛 작품은 2000여 개 넘게 만들었다. 곰, 고양이, 하트 등 9개 종류가 있다. 곰과 고양이는 걸리자 마자 팔려나가고, 하트 모양은 선물로 제일 인기다.
쉬워 보이는 작품이지만 기계가 찍어내지 않는다. 도자로 굽고 유약 칠을 하며 채색까지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 색약인 그가 화려한 색으로 칠해 도넛이 반짝이기까지 수만 번의 색칠 과정을 견뎌냈다. 실패를 거듭하며 4년 정도 걸려 터득한 작품이다. ‘도넛’에 반짝이는 크리스탈은 도자 작업의 메이크업의 정점이다. 자유롭게 그리고 현란한 색으로 빛나는 도넛 조각들은 다양한 해외 문화의 정서도 반영되어 ‘글로벌 도넛’ 통한다.
‘도넛 조각’은 이제 힘이 세졌다. 몇 년 전 미국에서 성황리에 전시를 개최한 후 갤러리스트의 황당한 질문은 그를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김재용 작가, 나하고 일하려면 도넛 1000개 있어야 하는데 그거 알아요?” 처음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여겼지만 “한번 해보자는 생각에 개미처럼 일했다.”
그렇게 1년에 1000개를 만들었더니 세상이 달라졌다. “전 세계에서 전시할 수 있는 힘이 생겼어요.” 마이애미 상하이, 태국 등에서 러브콜이 잇따랐다. 그는 “작가로서 쉬지 않고 일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고 했다.
‘도넛 조각’은 현대인의 자화상으로 변신하고 있다. 가장 큰 유혹이었던 단 걸 먹는 것을, 보는 것으로 만들어낸 그는 “언제나 최선을 다해서 작업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교직에 있을 때 당시 재능 많은 학생들이 제빵사나, 알바생이 되면서 자기 꿈을 저버리는 게 안타까웠어요. 제 자신도 미술을 그만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던 때였죠. 아 달콤한 음식처럼 지금 먹어서 행복한 것들이(살아가기 위해서)결국은 나한테 해가 될 수 있구나. 도넛을 막 먹는 게 아니라 걸어 놓고 꿈처럼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강한 메시지를 일상 생활에 쓰는 음식으로 표현 한 겁니다. 지금 생활고를 딴 방법으로 이겨내지 말고 바라보고 별처럼 쫓아가자는 생각에 여러가지 도넛을 만든 게 지금에 이르렀어요. 모두 인생이 달콤했으면 좋겠습니다.”
김재용은 미국 웨스트 하트퍼드 하트퍼드 대학교 하트퍼드 아트 스쿨 조각과를 졸업한 후 미국 블룸필드 힐스 크랜브룩 아카데미 오브 아트 도자과 석사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도예학과 부교수로 재직중이다.
고즈넉한 이미지의 학고재 전시장은 입구부터 활기차다. 어딘가를 향해 뛰어가는 도넛 설치 작품(런 도넛 런 Run Donut Run)이 호기심을 유발한다. 전시는 4월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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