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국가유산청장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관리 범위를 100m에서 500m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이 계획이 현실화되면 서울 시내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가유산청장이 지난 10일 소개한 세계유산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 관리 범위가 문화유산 밖 100m에서 500m로 확대된다. 이는 문화유산 밖 500m 안에서 유산영향평가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된다.
500m 범위 안에서 대규모 건물 공사, 소음, 진동, 대기 오염 등으로 문화유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되면 국가유산청이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게 하는 고시(행정규칙) 제정도 추진 중이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세계유산법 시행령이 국가유산청 계획대로 개정될 경우 시내 38개 사업장이 영향권에 들어간다.
서울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종묘를 비롯해 조선 왕릉인 선정릉, 의릉, 정릉, 태강릉, 헌인릉 등이다. 이로부터 500m 거리에 38개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이 있다.
영향을 미치는 사업장 면적은 약 207㏊로 축구장 296개에 해당하는 규모다.
38개 사업장 분포를 보면 성북구가 26개로 가장 많고 이어 종로구 4개, 중구 3개, 강남구 3개, 노원구 2개 등으로 분포하고 있다.
이 재개발·재건축 사업들이 순조롭게 진행됐다면 주택이 약 2만9000호가 공급될 예정이었다. 업무 시설도 연면적 기준 약 74㏊가 계획돼 있었지만 국가유산청의 관리 범위 확대 선언으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세계유산 관리 범위 확대는 강북 지역 재개발·재건축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히게 된다. 세계유산 영향권 38개 사업장 중 강북 지역에만 35개(92.1%)가 몰려 있다. 지정 면적 기준으로 87%, 주택 세대 수 기준으로 86%, 업무 시설 기준으로는 100%가 강북에 있다.
특히 의릉은 성북구 가로주택정비사업, 장기전세주택, 모아타운 등 15개소 1만3000호 주택 공급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태릉과 강릉은 노원구 백사마을, 태릉공공주택지구 등 2개소 약 1만호 주택 공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가유산청의 법률 개정 시도는 이처럼 이미 서울시가 자치구, 주민들과 함께 원만하게 추진 중이던 기존 사업들을 지연시킬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문화재 보호 논리에 기초한 규제로 그간 지속적으로 개발에서 소외돼 왔던 강북 지역과 그 지역 내에서 서울시, 자치구, 주민들이 더디지만 인내심을 갖고 추진해왔던 사업들마저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사업의 동력을 축소시킬 수 있어서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국가유산청은 “세계유산법 시행령 개정안은 세계유산지구와 지구 밖을 규정하며 일률적으로 500m를 기준으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의무화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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